권상우 “쪽대본 아휴~ 밤샘 촬영엔 남자인 나도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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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7시 00분


□1 주2회 드라마 주1회로…스타 권력화 지양
□2 잦은 대본 불화, 첫 촬영 전 70%는 완성돼야
□3 방영 한두달 전 번갯불에 콩볶듯한 편성 개선
□4 방송사간 시청률 의식 분량 늘리기 자제해야

권상우. 스포츠동아DB
권상우. 스포츠동아DB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KBS 2TV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주인공 한예슬의 촬영 펑크 파문은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호평 받는 한국 드라마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방송시간을 코 앞에 두고서야 겨우 끝나는 ‘생방송 촬영’부터 주연급 배우에게 사고가 생기면 곧바로 방송 결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을 그대로 둘 것인가.

스포츠동아는 드라마 전문가 4인에게 드라마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김영섭 (SBS 책임프로듀서)

드라마 편성 시간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외국은 일주일에 50분 분량 한 편을 방송하는데 우리는 70분 분량 두 편을 만든다. 질이 떨어지고 ‘생방송 촬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드라마 방송 시간을 줄이면 대신 방송사에 그 시간대를 매워줄 수익 담보가 필요하다. 광고 집행을 재편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스타 권력화가 지양돼야 한다. 고액 출연료, 현장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스타의 목소리가 제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권상우(배우)

20부작 드라마라고 치자.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15부까지는 완벽하게 나와야 한다. 드라마 전체의 70∼80%의 대본이 완성돼야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관련법이 마련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촬영장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이유의 대부분은 대본이 늦게 나오거나 그 대본을 둘러싸고 손발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 때 캐스팅과 투자가 원활하도록 시놉시스(기획안)와 초반 3부까지의 대본까지만 신경 쓰는 몇몇 제작진도 봤다.

한예슬 씨를 편드는 건 아니지만 남자인 나도 매일 밤샘 촬영을 하면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싶은 한계를 느낀 때도 있다. 해결되길 바란다.

○박창식(한국 드라마 제작사 협회 회장)

미국이나 일본은 드라마 편성이 방송 1년 전에 확정된다. 배우는 물론 제작진도 미리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한두 달 전에 편성이 확정돼 급하게 촬영에 들어가니 생방송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제작사 여건상 편성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방송사끼리의 눈치 보기, 편성 경쟁이 낳은 결과다.

지나치게 스타에 의존하는 제작 시스템 역시 개선돼야 한다. 스타를 섭외하면 광고나 협찬 등을 손쉽게 해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본과 연출에 투자하지 않고 스타에만 기대다 보니 작품성은 떨어지고 시청률도 저조한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드라마 작가 A씨

방송사 간 과잉 경쟁부터 사라져야 한다. 방송시간을 70분이라고 정했으면 지켜야 한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몇 분씩 늘리고, 그것이 다시 평균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 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작가들도 분명 각성할 부분이 있다. 환경만 탓하면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라는 신조어에 작가들이 일조한 사실을 인정하고, 배우들이 대본을 숙지할 수 있도록 집필 활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사전 제작을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전 제작 드라마를 ‘이미 식어버린 음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시청자 피드백을 의식한 대본과 드라마를 원한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가의 순발력 역시 필요한 때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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