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수덕여관이 썩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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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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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지붕엔 잡초 버섯-황토벽은 벌레들 우글우글
고암 이응로-나혜숙선생 머물던 곳 악취만 코 찔러

충남도문화재이자 고암 이응로 화백의 사적지인 수덕여관의 초가지붕이 썩어 역겨운 냄새 등으로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도문화재이자 고암 이응로 화백의 사적지인 수덕여관의 초가지붕이 썩어 역겨운 냄새 등으로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미술계의 세계적 거장 고암 이응로 선생(1904∼1989)과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 선생이 한때 머물렀던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앞의 수덕여관(충남도 지방문화재 103호)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응로화백의사적지인수덕여관처마목재가시커멓게썩어들어가있다. 예산무한정보 제공
이응로화백의사적지인수덕여관처마목재가시커멓게썩어들어가있다. 예산무한정보 제공
주말인 6일 수덕여관은 장맛비 속에서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여관 초가지붕엔 잡초와 검은 버섯이 무성했고 집 안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황토벽에는 노래기들이 수도 없이 기어 다녔다. 초가 이엉에서 생긴 썩은 물이 땅에 떨어지면서 관광객들의 옷에 튀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고암의 체취를 느끼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왔는데,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며 “문화재 관리가 이 정도로 부실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여관 지붕이 이처럼 썩게 된 것은 2009년 12월 보수공사 때 손으로 수확한 재래식 볏짚 대신 기계로 수확한 볏짚을 사용했기 때문. 게다가 올해 유난히 비가 많이 와 훼손이 가속화됐다. 예산군은 벌레가 생기자 5월 두 차례 소독방제작업을 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덕사 효성 스님은 “수덕여관 상태가 너무 심각해 충남도청을 방문해 항의까지 했다”면서 “절간에 있어야 할 스님이 오죽하면 도청까지 갔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예산군과 충남도의 늑장 대응으로 볏짚은 물론 내부 목재까지 썩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꼴이 됐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예산 4000만 원을 편성해 조속히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올해 지루한 장마로 다른 문화재도 훼손이 많아 모두 13건의 도내 문화재에 8억4000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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