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각계 전문가들이 권하는 ‘이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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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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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전문가들이자 다독가(多讀家)로 알려진 네 사람이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유익하면서 재미있는 책 한 권씩을 골라 ‘이번 여름휴가 때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했다.》

◇거의 모든 사생활의역사/빌 브라이슨·까치
○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선택한 과학서


집에서 이뤄지는 사생활의 역사를 오롯이 담았다. 저자는 오래된 집의 방과 정원, 화장실, 지하실, 다락방 등을 오가며 각각의 장소 및 그곳에 놓인 물건들의 기원과 발전, 의의를 과학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고찰한다. 특히 읽는 이가 건축을 전공했다면 굉장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과학 전공자가 아닌 유머러스한 수필가가 쓴 책인 만큼 ‘눈높이 과학’을 실천하는 책이다. 특히 휴가 때 어디 안 가고 집에서 푹 쉬는 사람이라면 일독하길 권한다. 나의 스위트홈이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여행/미하일 비게·뜨인돌
○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가 선택한 여행서

다섯 달 동안, 땡전 한 푼 없이, 독일을 떠나 4대륙 11개국을 거쳐, 땅끝 남극을 찾아 나선 3만5000km의 무전여행. 35세 독일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작가가 쓴 이 책의 골자다. 그런데 글쎄, 과연 이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그런 의문이 하룻저녁에 이 책을 후다닥 읽어 재끼도록 충동질한 매력이다. 이 엉뚱하고도 발칙한 상상. 그건 현실로 옮겨졌고 도전한 미하일은 포기하지 않고 관철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여행이 고난의 연속이었음은 뻔한 사실. 반면 인간 승리의 파노라마이기도 했다. 상상초월 예측불허의 기지와 뚝심으로 이룩해낸…. 이 책의 재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아니다. 그는 더는 ‘30cm 앞의 모이만 좇는 닭’이 아니었다. ‘3km 밖의 토끼와 들쥐를 볼 줄 아는 매’로 돌아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은 기쁨과 더불어.
모두스 비벤디/지그문트 바우만·후마니타스
○ 출판평론가 장석주 시인이 선택한 인문교양서


은유를 빌리자면, 근대는 ‘정원사’의 시대였다. 유토피아의 꿈이 남아 있던 시절이다. 지금은 ‘사냥꾼’의 시대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둘이다. 사냥꾼이 되느냐(죽이거나), 사냥감이 되느냐(죽거나). 살벌하다. 왜 이렇게 됐는가. 세계가 물렁물렁해진 탓이다. 저자는 근대성이 만든 견고성이 어떻게 액체화하고, 왜 ‘고형적’ 국면에서 ‘유동하는’ 국면으로 바뀌는지를 짚는다. 땅이 물렁물렁하면 그 위에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생활양식)’보다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라고 하는 게 더 분명하다. 왜 삶이 갈수록 힘든가. 왜 일자리는 줄고, 왜 일해도 빚에서 헤어날 수 없는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책의 두께는 얇고, 통찰은 명석하다.
◇마지막 기회라니/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홍시
○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김애란 소설가가 고른 에세이

요새 행사가 많아 책을 많이 못 본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은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이 책을 꼽고 싶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작가의 작품이다. 특히 휴가 때 여행은커녕 동물원, 유원지 등에도 못 간다면 꼭 읽기 바란다. 저자가 각 나라에 있는 희귀한 동물들을 만나는 과정을 유쾌하고 인문학적으로 풀었다. 웃다가 울면서 보는 책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멸종위기 동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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