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앞으로 7년, 7가지 과제]<1>‘경제올림픽’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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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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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투자 日 나가노 빚더미 vs ‘내실’ 美레이크플래시드 돈더미

적자 나가노 1998년 열린 일본 나가노 대회. 겨울올림픽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약 20조원을 투자해 대회를 치렀으나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DB
적자 나가노 1998년 열린 일본 나가노 대회. 겨울올림픽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약 20조원을 투자해 대회를 치렀으나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DB
총생산 유발 효과 20조4973억 원, 고용 창출 효과 23만 명, 대회 기간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와 강원도가 내놓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대한 예상은 온통 장밋빛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에서 경제 효과가 64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이 예상됐지만 참혹한 적자를 낸 뒤 두고두고 애물단지가 된 대회가 한둘이 아니다.

○ 겨울올림픽 잔혹사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약 5000만 달러(약 539억 원)의 적자가 난 것은 약과다. 역대 겨울올림픽 가운데 최고 입장권 판매율(88%)을 기록했다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도 1억3000만 달러(약 1374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0년 대회를 개최한 캐나다 밴쿠버 시는 올림픽 준비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573억 원) 이상 빚을 졌다. 1998년 대회를 유치했던 일본 나가노 시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나가노 조직위는 대회가 끝난 뒤 2800만 달러(약 296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달러 적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회 이후 스키점프 경기장을 비롯한 현대식 건물들은 거의 방치돼 있다. 이 시설물들에 대한 관리비로만 연간 수십억 원씩 나간다. 이 돈은 모두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 제2의 레이크플래시드를 향해

나가노와 대비되는 도시가 미국 뉴욕 주의 조그만 마을 레이크플래시드다. 평창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다.

레이크플래시드를 찾는 사람들은 먼저 시골 중의 시골이라고 할 만한 도시 규모에 놀란다. 그러고는 이 작은 도시가 사계절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놀란다고 한다. 2008년 기준으로 인구 2813명에 불과한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200만 명이 넘는다.

‘Small Town, Big Dream!(작은 도시, 큰 꿈!)’이라는 레이크플래시드의 모토처럼 이 도시에서는 대형 리조트나 큰 시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1980년 올림픽을 개최할 때도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만 만들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레이크플래시드는 끊임없이 국제대회를 유치했다. 지난해까지 유치한 대회만 350회 정도 된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스켈리턴 등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겨울 종목을 체험할 수 있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호수 파워보트, 여객열차, 메이플시럽 슈거 제조 및 시식, 와인 시음 등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를 제공한다. 종합 스포츠 휴양 관광지가 된 이곳엔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 평창의 선택은 과연

이미 7개 경기장을 마련한 평창은 2018년 올림픽을 대비해 6개의 경기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예정된 경기장 건립비만 5264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대회 운영비용 등을 합치면 20조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유치위는 중봉 알파인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스키리조트로 활용하고 빙상장은 시민체육시설이나 다목적 홀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강릉에 짓는 하키센터는 가건물로 지어 대회가 끝난 뒤 원주로 옮겨 재활용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더욱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강원연구발전원의 류종현 박사는 “이전 대회에서 보듯 시설물은 꼭 필요한 것만 지으면 된다. 하키센터처럼 임시시설로 짓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대형 건물들은 대회가 끝난 후 운영 관리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은 만큼 사후 관리 대책까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이크플래시드냐, 아니면 나가노냐. 평창이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해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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