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⑤ 연예인과 소속사가 싸우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8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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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韓流)의 절대고민, 전속계약분쟁에 관한 속사정
● 선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권리와 의무가 문제

이제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혼자 활동하지 않고 매니저, 에이전트들이 속한 회사와 함께 일한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도중에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다툼으로 인한 소송에 휩쓸리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연예관련 법적분쟁 중 가장 많은 것이 전속계약과 관련된 소송이다. 이렇게 많은 연예인들이 전속계약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보니, 연예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도 생겨났다.

그럼, 왜 이렇게 연예인은 소속사와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분쟁 없이 평화롭게 연예인으로 활동하기란 불가능 한 일일까?

인기 걸그룹 카라는 올해 초 소속사에 대한 한승연·정니콜·강지영 등 멤버 3인의 전속 계약 해지 통보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스타와 계약사 간의 갈등은 고질적인 병폐가 됐다.(동아일보 DB)
인기 걸그룹 카라는 올해 초 소속사에 대한 한승연·정니콜·강지영 등 멤버 3인의 전속 계약 해지 통보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스타와 계약사 간의 갈등은 고질적인 병폐가 됐다.(동아일보 DB)
■ 연예인들 전속계약은 왜 하는가?

전속계약은 말 그대로 상호간에 일정기간 동안 특정 조건으로 함께 일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러한 전속계약은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시스템에서 활발히 이루어져 전 세계로 전파됐다.

대형 영화제작스튜디오는 영화의 제작과 흥행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모든 인력과 시설을 전속으로 계약하여 관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이 커지면서 독점적 권리의 부정적 면이 대두되면서 사라졌고, 현재는 전문 에이전시가 중개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였다.

국내에서도 과거부터 방송사를 위주로 전속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현재는 대부분 연예매니지먼트 전문가 또는 조직에서 관리를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직 중국과 대만은 방송사 또는 제작사 내부의 매니지먼트 부서가 연예인을 전속으로 계약,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이나 대만의 연예인 전속계약은 출연을 조건으로 이루어진다. "몇 년 동안 몇 편의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연예 활동을 연결시켜주지 못하면 자연스레 전속계약은 무용지물이 된다. 한국처럼 전속 계약금을 선금으로 받은 대가로 종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신인이나 스타나 모두 기획사에서 전속계약금을 선 지급 하고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의무와 수익의 분배에 관한 불만을 토로하며 문제가 발생한다. 연예인은 사림이지 상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활동에 대한 권한을 타인에게 양도하면서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처음부터 선금을 지급하며 수익과 활동에 관하여 과도한 권리를 요구하는 사례는 올바르지 않다.

동방신기 시절 소속사 SM과의 전속계약 갈들을 풀지 못찬 해 JYJ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맨 왼쪽부터).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시절 소속사 SM과의 전속계약 갈들을 풀지 못찬 해 JYJ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맨 왼쪽부터).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분쟁의 씨앗, 다름아닌 전속계약금

한류의 열풍과 코스닥 상장 붐은 매출성장률을 초과하는 자본의 유입을 초래하여 거품을 일으켰다. 자본의 과잉공급은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증가와 함께 전속계약금의 관행과 출연료의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매출의 양극화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 모시기 경쟁은 전속계약금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으며, 스타들은 전속계약금도 수익의 일부로 여기게 되었다. 전속계약금의 경우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장전문가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전속계약금이 지급되고 있다.

▶연기자 A급 : 3~5억, 신인 : 100만 원~1000만 원
▶가수 A급 : 2~3억(과거 6억 이상도 있었음), 신인 : 100만 원~1000만 원
▶인세 : 음반 1당 100원, 유무선 인터넷 다운로드 200원~300원

물론, 더 많이 지급되는 경우도 있고 더 적게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전속계약금 얼마에 10:0의 수익분배조건으로 스카우트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연습생을 계약할 때도 전속계약금을 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전속계약금의 관행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스타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에이전트들이 일정 업무를 위임받고 홍보, 섭외를 대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중개와 관리는 스타급 연예인에 한정된다. 수입이 적은 비인기인이나 신인은 배분할 정도의 수입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약 후 6개월간 에이전트가 아무런 일을 중개해주지 못하면 자연적으로 위임계약은 해지되는 것이 관례다.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고 있다. 이는 자본이 몰리며 기획사가 많이 생겨났지만 산업현장의 체계와 직업윤리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동아일보 DB)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고 있다. 이는 자본이 몰리며 기획사가 많이 생겨났지만 산업현장의 체계와 직업윤리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동아일보 DB)
■전속계약분쟁은 왜 발생하는가?

최근 동방신기 등 아이돌가수들의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사례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년간 언론보도를 지켜본 체감 통계는, 가수보다 연기자의 경우가 전속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더욱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수의 경우는 음반제작, 콘서트 등 소속사와의 협업이 밀접하지만 연기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활동이 쉽기 때문이다.

특히 데뷔하여 인기를 얻은 신인배우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소속사를 옮기며 법적 분쟁에 휩싸이는 것으로 보인다. 신인 연예인이 데뷔한 후에 인기를 얻으면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기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전속계약의 파기로 인한 분쟁들은 한국의 스타시스템에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분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더 좋은 대우와 더 많은 전속계약금을 받기 위한 경우, 둘째 스타가 된 후에 자만심, 스타 의식이 생겨서 현재의 소속사의 대우에 불만을 갖고 독립하려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다른 회사의 스카우트, 부모의 관여 등 주위사람들의 유혹으로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위약금 포함 전속계약금 얼마'의 조건으로 스타를 스카우트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할 정도다. 이러한 전속계약금의 관행은 해외에서 찾기 힘든 현상으로 현장 전문가들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이나 제도적 관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필자는 연예인들의 계약해지가 손쉬운 이유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연예인에 대한 계약이행의 강제가 어렵다, 둘째 활동금지가처분신청이 100% 기각되고 있다, 셋째 법원이 손해배상금액을 감액한다. 한국은 전속계약 시 전속계약금을 주기 때문에, 배상금, 위약금, 예상수입의 배상에 관한 조항이 있다(무리한 배상에 관한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수정권고를 받았고, 실제 판결에서도 대부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연예산업에서 전속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성숙 탓이다. 과도한 자본이 몰려들며 기획사가 너무 많이 생겨났지만 산업현장의 체계와 직업윤리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같은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정책적 관리가 필요한 형국이다. 특히 한국에서 연예사업은 허가가 필요 없는 신고업종이고 아직 업무의 자격도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의 권리와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고 상호 협력하는 파트너적 관계를 정립해야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한류를 지속시켜나가는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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