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회사 포함 일괄매각… 505조원 ‘금융공룡’ 길닦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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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월만에 민영화 재시동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지주를 일괄 매각하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쟁입찰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산은금융지주에 우리금융지주 인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산은금융지주 외에는 뚜렷한 인수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다. 국책 금융기관이 정부가 최대주주인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셈이어서 민영화 취지에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독자 민영화를 추진해온 우리금융 측도 “산은금융 몰아주기 방안”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 “산은금융 대상 외줄 협상”


정부가 발표한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우리금융 전체를 일괄 매각하되 최소 입찰규모를 지분의 30%로 설정한 것이다. 응찰자들에게 ‘주식대금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경영권을 가져가라’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사실상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민영화 중단 이후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라도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곳은 산은금융이 유일하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돕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자본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금융지주사, 사모펀드(PEF),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이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시행령 개정은 곧 금융지주사 인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용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시행령 개정은 부처 간 이의가 없다면 통상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며 “입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산은금융 들러리 안 설 것”


정부는 ‘산은금융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상의 후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산은금융과의 ‘사전 교감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17일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산은은 인수 희망자 중 하나이며 (다른) 강력한 후보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며 “어떤 픽처(그림)도 그려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우리금융 측은 “시행령이 개정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힘든 컨소시엄이나 PEF는 발붙일 여지가 없다”며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입찰에 들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우리금융의 보험 자회사 인수를 저울질했으나 민영화 방안 발표 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론스타와의 계약시한인) 24일까지 노력해보고 안 되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 국내외 사모펀드와 중국공상은행 등 외국계 은행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은 경영권 확보보다 매매차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산은+우리’ 메가뱅크 첩첩산중


금융권에서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짝짓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 실제 성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 대형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데다 거대 금융기관의 출현은 민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공적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금융기관이 합치면 자산이 505조 원으로 불어나지만, 글로벌 순위는 고작 54위에 불과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공자위는 우리금융 입찰에 2곳 이상이 참여하는 ‘유효경쟁’의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산은금융이 단독 입찰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국가계약법상 산은금융에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을 넘기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김용범 국장은 “(우리금융 매각에 한 곳만 입찰해) 재입찰을 해도 한 곳밖에 인수 희망자가 없으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굳이 재입찰하지 않더라도 한 곳밖에 없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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