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호]‘스승의 날’이면 떠오르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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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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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흥진정공 대표
이창호 흥진정공 대표
올해도 스승의 날(15일)이 돌아온다. 요즘 교육 환경의 변화를 보면서 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나게 하는 선생님이 있다. 보은농고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신 김기창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농업고등학교에서 원예를 가르치셨다. 나는 학교에서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등 원예작물에 관하여 배우면서 농장에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했다.

어느 해 날씨가 나쁘고 잘못 가꾸어 오이가 매우 보기 흉하게 자랐다. 마침 도청 교육국에서 농업교육 심사를 나왔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모두가 오이밭을 갈아엎고 새로 씨앗을 뿌려 놓자고 했다. 그러나 김 선생님께서는 “교육은 그래선 안 된다. 학생들이 농작물 재배에 실패한 것은 돈을 얼마를 주고도 살 수 없는 좋은 경험이니 그대로 두자”고 주장해 결국 그 상태로 심사를 받았다. 심사 결과 도내에서 우리가 1등을 차지했다. 심사관도 김 선생님의 교육관에 동감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농작물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알맞게 거름을 주면 잘 자라고 물이 모자라면 시들고 김을 매주지 않으면 잡초에 치여 자라지 못한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셨다. 농작물이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마는 자주 들여다보아 작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여 정성껏 가꾸어야 잘 자란다는 뜻이다.

실습을 통해 키운 채소는 학생들이 직접 읍내에서 팔게 했다. 농사짓기도 어렵지만 물건을 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책이나 말이 아닌 몸으로 체험하고, 소비자와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상품을 내놓아야 되겠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은 야단칠 때 사정없이 체벌도 했다. 그러나 모두 선생님을 존경했다. 야단과 칭찬, 귀여워하는 일을 적절히 했고, 밉고 고운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공평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충북 영동군 용산면 용산중 교장선생님을 끝으로 40여 년의 교직에서 정년퇴임하셨다. 선생님은 위의 예처럼 우리에게 정직, 근면, 성실, 그리고 공정함을 실천으로 가르쳐 주셨다. 요즘 같이 가치관이 흔들리는 때면 김 선생님이 더욱 생각난다.

이창호 흥진정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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