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한나라당, 유시민 영입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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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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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논설위원
김순덕 논설위원
4·27 재·보선의 큰 패자로 꼽히는 인물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이하 유시민)다. 친노(親盧) 성지인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요란한 야권 단일화 끝에 나온 이봉수 참여당 후보가 패하자 온갖 화살이 유시민에게 쏟아진다.

자유·정의 중시하는 우파본색

유시민의 화려한 개인기에 속수무책이던 민주당은 이제야 안심한 듯 백기 들고 들어오면 좋고, 싫으면 말라는 분위기다. 어쨌든 단일화를 주장했던 유시민도 합방 순간 친노 세력의 적자에서 돌아온 탕아로 전락한다는 건 본인이 더 잘 알 터다.

그가 최근에 낸 책 제목처럼 진정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이참에 새 정치를 하는 게 그 자신과 국가에 좋다고 나는 본다.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한다고 찍혀 사방에 적을 만들었지만 말인즉슨 옳다는 점은 중요하다. 천안함 사태 때처럼 정략에 따라 말이 달라져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천명(知天命·50세)을 넘어선 그가 언제까지나 재승박덕이라는 소리나 들으며 살 순 없을 것이다.

내가 보는 유시민은 민주당에 맞지 않는다. 첫째는 자유라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은 자유는 강자의 이익을 지켜주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그는 ‘국가란 무엇인가’에 썼다. 물론, 자유를 원하는 것과 똑같이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진보자유주의자라고 했다.

그에 비해 민주당은 정권만 되찾을 수 있다면 종북(從北) 정당도 껴안을 듯한 정당이다. 김정일 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인권법 제정에 한사코 반대해 ‘색깔’을 의심케 한다. 평등 복지 평화 환경이 자유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좌클릭을 거듭하는 노선도 유시민과 같지 않다.

자유주의자 유시민은 경제관도 친시장적이다. 2004년 이미 “시장친화성이 강한 정책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했을 정도다. 유시민한테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노회찬 당시 민노당 의원이 비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가 친노 세력의 적자가 맞는지 궁금해진다. 유시민은 2007년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나는 친노 후보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바람을 잘 일으키는 정치인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볼 일”이라며 그에게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진짜 친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참여당 대표를 맡아 ‘노 정부 계승’을 강조한 건 2012년 대선에서 자신이 야권통합 후보가 돼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우파논객 변희재는 “한나라당과 같은 노선에 있으면서 정권탈환만을 위해 좌파정당과 손잡은 기회주의”라고 유시민을 비판했다.

상상력 빈곤 정당에 자극제 될 듯

홀로 설 수도, 야권통합을 외칠 수도 없이 딱해진 유시민 같은 처지가 지금 한나라당이다. 좁혀 말하면 친이(親李)계이고 꼭 집어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MB)의 상황이 그렇다. 그나마 유시민은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트위터에 올린 뒤 침묵에 들어갔지만 여당과 청와대는 서로 남 탓하느라 사생결단이다.

1년 전 6·2 지방선거 뒤 “왜 여권 쪽엔 이광재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한탄했던 MB나 한나라당은 당장 유시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가는 당마다 쓰러뜨린 그런 연탄가스를?” 하며 경악하는 사람이 있다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를 들려주고 싶다. 충성심이든, 신념이든, 마키아벨리적 계산에서든, 자신이 하는 일에 유시민만큼 치열한 결기를 보인 인물이 여권엔 없다. 한나라당이 구애해야 할 개혁성향의 젊은층, 수도권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도 딱 맞다.

유시민은 2005년 노 대통령이 꺼낸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지지하면서 “공생해야 한다. 우리 정치 사회 문화를 업그레이드해 선진화로 가야 한다”고 했다. 노동 금융 경쟁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선진통상국가이자 대내적으론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투자국가를 지향하는 것도 MB정부 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국가로 가는 전략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하다”고, 욕을 먹더라도 말해줄 사람이 있어야 MB정부가 마무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당연히 유시민은 집중공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큰 죄를 지었다”고 한 말이 진심이었다면, 이제는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과연 옳은 일인가’를 숙고해 행동하기 바란다. 날뛰는 미꾸라지면 더 좋다. 상상력 빈곤에 허덕이는 웰빙 한나라당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가 민주당에서 기회를 잡았듯이 유시민이 한나라당에서 손학규 이상의 몫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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