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밸런스 II. 제구력은 복근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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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7시 00분


밸런스의 본질은 자신만의 안정된 폼
밸런스 무너지면 제구도 함께 무너져
복근·배근 단련해야 투구폼 안흔들려
모든 구종 같은 곳 꽂을수 있을때 완벽

체조 국가대표팀 양태영 코치의 현역 시절 링 연기 장면. 정지장면에서의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아래 사진은 복근 운동을 하고 있는 SK 투수 김태훈(앞). 스포츠동아DB
체조 국가대표팀 양태영 코치의 현역 시절 링 연기 장면. 정지장면에서의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아래 사진은 복근 운동을 하고 있는 SK 투수 김태훈(앞). 스포츠동아DB
지난 주 투구메카닉, 그중에서도 피칭 밸런스에 대한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좋은 밸런스의 시작은 키킹(kicking) 혹은 리프팅(lifting)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발을 들어올리는 동작의 시작에서 공을 던지고 난 후 수비동작까지의 연결 투구동작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보는 것이다.

● 투구 밸런스의 핵심은 균형과 안정이다

밸런스와 관련된 것이라면 아주 중요한 모델로 체조 종목을 들 수 있다. 체조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정지 동작에서의 균형 감각이나 평행 감각이 좋아야 한다. 적어도 이 두가지 감각만 놓고 볼 때 체조를 뛰어넘는 종목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투수의 움직이는 동작, 연결동작 중에는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어색한, 게다가 다소 불안하기까지 한 느낌의 투구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것을 곧바로 문제점으로 꼬집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한 동작에서 흐트러짐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큰 틀로 봤을 때 밸런스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나름 좋은 메카닉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최동원 선수나 일본프로야구의 영웅 노모 히데오, 그리고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린스컴 등은 밸런스보다는 파워넘치는 투구폼의 대명사였다. 이런 폼은 보통 선수들이 따라하기 힘든 것이며,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따라해서는 절대 안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특이한 피칭 메카닉으로도 최고의 성적을 냈고, 여기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여기서 밸런스의 본질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밸런스란 것은 투수가 불필요한 힘을 쓰는 걸 막는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즉, ‘밸런스= 파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마다 개인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힘에 의존하는 선수, 그리고 밸런스에 의존하는 선수로 확실히 나눌 수 있다.

힘에 의존하는 선수는 안정성과 꾸준함(성적이나 경기 중의 기록, 부상,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 등)을 유지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약간 거슬리는 듯한 연결 동작이 있더라도 굳이 고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앞서 예를 든 선수들처럼 파워풀한 투구동작을 가진 투수(누가 보더라도 힘이 넘친다는 느낌을 가진 그런 투수)는 밸런스가 키를 쥐고 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그런 투구감각이나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투구 스피드와 제구에 문제가 생기며, 특히 포수와 투수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정확히 넣을 수 없다.

이는 불안한 연결 동작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일관성있는 지점에서 기계적으로 반복된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 복근과 배근이 좋은 밸런스를 만든다


밸런스는 머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는 생각이나 느낌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거의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바로 밸런스를 만들 수 있고 버틸 수 있는 몸전체의 근력이다. 그 중에서도 몸의 근간이 되는 부분, 복근과 배근은 가장 중요한 곳이다.

선발투수는 보통 100개 가까이 투구해야 한다. 경기전 연습투구까지는 적어도 150개 정도를 처음같이 흔들림없는 자신의 투구폼을 유지해야 하며, 미들맨 셋업맨 등 불펜투수는 2∼3일씩 연투를 해야 한다. 피로가 누적되면 투구폼의 밸런스도 무너지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근력을 단련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솔직히 야구에서 밸런스란 말은 거의 남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그리고 자주 쓰인다. 아마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림에서와 같이 좋은 밸런스를 보면 안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안정감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투구폼이 이뤄지게 되고 그 동작 덕분에 구속과 제구력이 생긴다.

그래서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든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특급투수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러나 노력에 따른 그 결과는 너무도 달콤하다.

● 밸런스가 무너지면 제구력이 무너진다

이쯤에서 팁을 하나 준다면 ‘경기는 연습처럼, 연습은 경기처럼’이란 말이 있다. 연습 중에 불가능한 일이 훨씬 더 주목받고 부담마저 있는 실전 마운드에서 가능할 리는 없다. 그렇게 본다면 연습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로 그 투수의 가치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몇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자신의 메카닉을 점검하기 위해서 모든 구종을 같은 코스에 던져야 한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모든 구종을 같은 곳에 던질 수 있다면 적어도 그날의 폼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고 봐도 좋다. 그렇다면 경기에서도 제구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이나믹한 투구폼으로 몸 전체를 사용하는 투수는 신체의 구석구석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는 느린 공을 가벼운 폼으로 던지면서 밸런스를 체크하고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강한 투구로 전환한다.

만약 밸런스가 좋지 않다면 다시 가볍게 던지면서 자신의 폼을 체크해 본다. 즉, 80∼85% 정도의 힘으로 던지며 컨트롤이 잡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컨트롤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은 어딘가 신체 밸런스가 흐트러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는 본인의 폼을 하나씩 체크해야 한다.

다음엔 시작부터 피니시까지의 연결 동작을 공부해 보기로 하자.

양상문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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