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1등의 일탈 학부모가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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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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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대화하고 함께 운동하며 땀흘리고···
엄마 아빠가 학업스트레스 풀어주세요


《마냥 착하고 모범적인 내 아이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다? 상상도 못해봤을 일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상위권일수록 높은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상급학교 진학, 과도한 학업에서 오는 압박감이 심하기 때문. 누구에게나 칭찬받아온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 고학년, 중학생 때
부정적 행동으로 표출되기 쉽다. 이들은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하므로 상습적인 거짓말, 또래 친구나 교사를 향한 폭언, 폭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바로 지금 학부모가 나서야 한다. 학부모가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자녀도 달라질 수 있다. 혹시 내 아이도 마음의 상처가 있지는 않을까?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행동으로 소문나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면 아래 방법을 따라보자. 상위권 자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3단계 대화법을 소개한다.

■ 1단계 ■ “엄마한테 화나지 않았니?” 징후를 발견하라

상위권 학생의 일탈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위권들은 어른 앞에서 예의바르고 착하게 행동한다. 이는 빠른 상황 판단력 때문이다. 착실한 행동이 몸에 밴 이들은 언제 어떻게 행동해야 혼나지 않는지, 어떤 행동이 칭찬받는지를 잘 알고 있다.

자녀와의 대화를 기억해보자. “오늘 학원 꼭 가라” “숙제해라”처럼 지시하는 말만 하지 않는가? 자녀가 대화 소재를 꺼낼 때 “쓸데없는 말만 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윽박지른 적은 없는가? 이런 대화법은 아이에게 ‘어른들은 내 말을 무시한다’ ‘어른들에게 괜한 말을 했다가는 혼이 난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굳어진다. 이 때문에 학부모에게 모범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 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친구에게는 ‘나보다 약하니 무시하고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다.

자녀의 성향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렇게 질문해보자. 모든 가족이 모여 재미있는 텔레비전을 볼 때 방에 들어가 공부하라고 시켜보거나, 간식을 먹고 있을 때 중요하지 않은 심부름을 시켜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학생들은 “이것만 보고(먹고) 할 게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나 권위에 굴복하는 성향을 지닌 상위권 학생은 “네”라고 말하고 지시사항을 따른다. “화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화나지 않았다”고 답한다.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의 이향숙 소장은 “상위권 학생의 경우 자신에게 기대하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학부모, 교사가 없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방과 후나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모였을 때 잘못된 방향으로 일탈행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단계 ■ “나도 정말 속상하구나” 친구처럼 동조하라

서울지역 중학교 1학년인 박모 군은 반에서 10등 이내 성적의 모범생이다. 의사인 아버지를 둔 박 군은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부모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이는 자신보다 약한 반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으로 드러났다. 박 군은 그 아이에게 주도적으로 ‘쓰레기, ××놈’과 같은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러 그 친구의 발을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교사에게 이런 내용을 전해 들은 박 군의 어머니는 박 군과 함께 심리상담센터를 찾았다. 이러한 행동이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한 데서 기인했음을 알게 된 어머니는 상담을 받은 뒤 대화법을 바꿨다. 지금까지 “시험을 잘 봐서 좋다” “성적이 올라서 대견하다”는 조건부 칭찬을 해왔다면 이제는 “성적보다는 네가 노력한 과정이 보기 좋았다” “너는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엄마는 너를 믿는다”며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여줬다.

박 군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라며 아이의 말문을 열었다. “갑자기 쪽지시험을 봐서 시험문제를 많이 틀렸다”고 속상해하면 “네 잘못이 아니다. 나도 속상하다. 화 풀어라”고 말하며 공감해주었다. 아이의 감정이 잦아들면 “배운 내용을 그날 복습하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않을까?”라면서 문제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했다. 대화법을 바꾸니 아이는 쉽게 마음을 열었다. 다른 친구를 괴롭히던 폭력적인 행동도 사라졌다.

이러한 대화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자녀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안정시킨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창호 통합상담지원실장은 “사춘기가 되면 부모, 교사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유는 친구들은 어른들과 달리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기 때문”이라면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 서서 ‘나도 너와 똑같이 생각한다’는 태도를 보이면 자녀도 부모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 3단계 ■ “밖에 나가서 운동할까?” 스트레스를 풀어줘라

상위권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순 없다. 학부모는 자녀가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주말에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니?”라고 물어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함께 하거나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체육, 음악, 미술활동을 제안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4학년 김모 양은 반에서 1등을 도맡아 하는 모범생. 지난해까지 김 양은 수업이 끝나면 어머니의 차를 타고 영어학원, 미술학원 등을 전전하며 공부했다. 엄마의 지도 아래 이동할 때는 틈틈이 책을 읽었다. 말 잘 듣는 모범생인 줄만 알았던 김 양은 학교만 가면 돌변했다. 어떤 책을 읽는지 묻는 친구의 질문에 “너 따위는 알 것 없어”라고 핀잔을 주거나 일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 교과서를 집어던지는 행동을 보인 것.

김 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로 했다. 주말마다 온 가족이 운동화를 신고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하거나 동물원, 과학관을 방문했다. 어머니는 “외부활동을 하면서 아이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고 표정이 밝아졌다”면서 “체험활동을 통해 학습 능률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단대부중 2학년 담임인 김재유 사회교사는 “체육활동처럼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팀워크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게 되면 성취감도 느끼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면서 “다양한 운동, 취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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