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하늘나라 46용사 받으세요” 노란풍선의 편지 훨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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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대한민국엔 잊지 말아야 할 날이 또 하나 있다

천안함 폭침 1년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곳곳에서는 대학생 연합단체 회원 4500여 명이 준비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이 자리에서 천안함 용사 추모곡 ‘별, 꿈 그리고 약속’을 들으며 용사들의 음성을 느끼고 추모시 ‘戀(연)’과 에세이 ‘호떡’ 등을 듣고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잠겼다.

시민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나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입을 모았다.

○ “생사의 문제, 정치적 왜곡 말라”

“열려 있어야 할 젊은이들이 오히려 귀를 닫고 천안함의 아픔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대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천안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날 동아일보가 만난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위원회’ 공동대표 7명은 모두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나도록 일부 세력이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른사회대학생연합 김형욱 대표(25·영산대)는 “일부 사람은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는 척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어느 것 하나 과학적이지 못한 탁상공론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심보라 대표(28·여·명지대 국문학과) 역시 “며칠 전 참여연대에서 열린 천안함 토론회는 1년 전에 주장하던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봤냐는 질문에 그들의 대답은 ‘안 봐도 안다. 사진으로 봤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들이 과연 어떤 진실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분향소에서 시민들에게 국화꽃을 나눠주던 대학생들은 오후에는 서울역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행사 지원을 계속했다. 서울역광장에서 분향소 설치를 돕던 윤주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25·연세대 정외과)은 “바쁜 와중에도 분향을 하고 가는 시민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천안함 추모제를 토대로 사람들이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자칫 엄숙하고 딱딱할 수 있는 추모제를 젊은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NEW 또다시’ 김건우 회장(20·가톨릭대 국제학부)은 “기존 추모제와 달리 이번에는 젊은 세대가 쉽게 참여하고 공감하는 데 신경을 썼다”며 “추모 시와 에세이, 음악과 영화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 위대한 희생, 함께 띄우는 희망

추모에는 시민들도 함께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천안함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를 추모했다. 열차표를 산 뒤 분향소에 들러 분향을 한 장태기 씨(65)는 “스러져 간 꽃다운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편히 쉬기를 기도했다”며 “이 나라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이들을 달래는 추모제를 기획한 것이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에는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 문화제 ‘위대한 희생, 함께 띄우는 희망’ 행사가 열렸다. 천안함 용사와 한 준위를 위해 무대 앞에 마련된 의자에는 46용사 대신 노란색 풍선 47개와 용사들의 이름이 적힌 리본이 자리를 채웠다. 풍선에는 추모제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직접 편지를 쓰고 접은 색색의 종이배가 달렸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풍선 47개를 일제히 하늘로 날려 보내자 일부 시민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학원생 김희진 씨(29)는 “천안함 희생 장병들 대신 노란 풍선이 매달려 있는 장면이 그들의 빈자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낼 때는 마음속으로 이들이 하늘나라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 현충원에도 발길 잇따라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에는 평소보다 배가 많은 1만400여 명의 시민이 찾아 희생 용사의 넋을 기렸다. 이날 오후 1시경 합동묘역에는 고 임재엽 중사의 모친 강금옥 씨와 고 조진영 중사의 모친 박정자 씨 등이 찾아 아들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대전에 사는 박 씨는 일주일에도 서너 차례 묘역을 찾고 있다.

지난해 아들 조 중사의 마지막 월급을 출신 고교인 충남기계공고에 기증한 박 씨는 “다시는 이런 슬픔을 겪는 어머니가 이 땅에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서해림 씨(35·여·경기 평택시)는 “26일 추도식 때에는 추모객으로 붐빌 것 같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찾았다”며 “예전부터 한번 와보고 싶었으나 이제야 왔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시 평릉동 해군 1함대 사령부 독도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1함대 소속 이윤성 중위는 “천안함 46용사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조국 해양수호 사명에 온 힘을 다하겠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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