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외발자전거, 허리 쭉 펴주고 살 쪽 빼주고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누가 이기나 해보자!”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외발자전거 교실이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6동 등서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 10여 명은 수십 번 넘어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누가 이기나 해보자!”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외발자전거 교실이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6동 등서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 10여 명은 수십 번 넘어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독수리처럼 멋지게 날아 봐!”

22일 오전 10시 반 서울 강서구 화곡6동 등서초등학교 다목적실. 두 팔을 활짝 편 강다현 양(10)이 잡고 있던 선생님의 손을 놓았다. 몸은 비틀비틀 ‘갈지(之)자’로 움직였다. 하지만 “절대 넘어지지 않아!”를 외친 강 양은 수평으로 편 두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렇게 움직인 거리는 약 1m. “넘어진다, 넘어진다”고 놀리던 친구들은 어느새 “우아, 대단한데”란 탄성을 내뱉었다. 기자 앞으로 온 강 양은 “저 잘 타죠”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곳은 등서초교 방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 외발 자전거 교실. ‘독수리가 돼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초등학생 10여 명은 불안해하며 외발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나풀거리듯 흔들리며 겨우 몸의 균형을 잡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꽈당’ 소리와 함께 넘어지기 바쁜 아이도 있다. 모두 외발자전거와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에이스’로 불리는 강 양과 그의 동생 다혁 군(8)은 외발 자전거를 즐기고 있었다.

○ 동춘서커스 단원만 타라는 법 있나요?


“외발자전거를 탄다고?” 강 양과 강 군이 외발자전거를 배운 것은 지난달 초. 방학 무료 프로그램에 참가해 외발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말에 어머니 김소연 씨(38)는 반신반의했다. “‘동춘서커스’ 단원만 타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생소하게 생각했기 때문. 또 남매가 태권도와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다 얼마 못 가서 싫증을 낸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8주가 지난 지금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외발자전거 수업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업에 다녀온 후에는 “오늘 몇 m까지 갔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김 씨는 “끈기 있게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태도를 갖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집중력 끈기 성취감 등 내적 변화가 전부는 아니었다. 바퀴가 하나이다 보니 엉덩이를 안장에 붙이고 허리를 꼿꼿이 펴야 설 수 있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는 운동이라 자세 교정을 할 수 있다. 또 상체와 하체를 모두 움직이다 보니 살을 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부나 컴퓨터를 하면서 척추가 휜 학생, 비만한 아이가 주로 참여한다. 외발자전거 교사 방경식 씨는 “성인에 비해 아이들은 넘어지고 다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 균형감과 방향감각을 더 빨리 배운다”고 말했다.

○ 인기 몰이에 서울시 올해 어린이 시범사업으로 지정


외발자전거 교실이 서울시내 학교에 들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생활체육 활성화 사업 공모로 외발자전거가 채택되면서부터다. 시는 외발자전거를 포함해 다양한 운동을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의 26개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로 시험 운영했다. 그 결과 외발자전거 수업이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시 복지건강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살을 빼는 운동이 아니라 아이의 모험심을 자극하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운동에 관심 없는 아이들까지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외발자전거 교실을 방과후 교실 시범 사업으로 정했다. 이선영 시 복지건강본부장은 “사단법인 대한외발자전거협회와 함께 서울시내 초등학교 50곳과 보육시설 100곳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경일초등학교에서는 다음 달 새 학기부터 한 학년을 선정해 체육 시간에 외발자전거 수업을 정규 편성하기로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