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원본은 宋대장경이지만 꼼꼼한 교정 거친 가장 정확한 판본”

동아일보 입력 2011-02-09 03:00수정 2011-0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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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씨, 각종 판본 역사 되짚은 ‘…지혜를 담은 그릇’ 펴내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있는 재조대장경(팔만대장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려대장경이 처음 조판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 현종 2년인 1011년. 당시 작업을 통해 초조대장경이 탄생했다. ‘초조(初雕)’는 ‘처음으로 새긴’이라는 뜻. 따라서 올해는 고려대장경이 세상에 모습을 보인 지 1000년이 되는 해다. 경남도,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해인사가 준비하는 기념행사가 올 한 해 잇따라 펼쳐질 예정이다.

사단법인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을 지낸 오윤희 씨(53)가 대장경의 역사를 짚은 책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불광출판사)을 냈다. 오 씨는 2005년 소장을 맡아 지난해 말 그만두기까지 ‘한일 공동 고려초조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완료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랑할 건 자랑하되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우선 고려대장경이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었다. 초조대장경은 송나라의 개보(開寶)대장경을 베낀 것이고, 해인사에 보관된 재조(再雕)대장경은 초조대장경을 베낀 것이다. 따라서 고려대장경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대장경’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오 씨는 설명했다.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정연하다’ ‘웅혼한 구양순체다’ 등 고려대장경 글자꼴에 대한 찬사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오 씨의 생각이다. 그 찬사는 결국 송나라의 ‘오리지널’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그 사실을 강조하는 건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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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에는 오자가 없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다고 오 씨는 말했다. 정확도가 높기는 하지만 적잖은 오자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대장경 안에는 교정에 대한 기록인 ‘교정별록’이 포함돼 있는데 그 책에서조차 오자가 여럿 발견됐다.

오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고려대장경의 가치가 절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장경만의 자랑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고려대장경의 우수한 점으로 ‘교정’을 꼽았다. 재조대장경의 경우 5200만 글자, 1500여 종의 문헌을 교정했다. 오 씨는 “앞선 대장경을 옮기면서 꼼꼼한 교정과 편집을 거침으로써 가장 정확한 대장경으로 탄생했다. 글자 모양 같은 데 집착하다 보면 교정의 위대함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오 씨는 고려대장경을 아시아인, 더 나아가 세계인의 공동 창작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시작해 여러 나라와 민족이 번역했고, 새로운 문헌을 추가해 가면서 유통시킨 ‘물건’이지 한민족이 혼자 창조한 게 아니라는 뜻에서다. 그는 “우리가 고려대장경에 관해 자랑할 수 있는 건 고려인들이 받은 선물을 잘 포장해 세상에 다시 선물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장경 1000년’을 기념하는 것은 아시아 전체의 대장경 연구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지식문화를 함께 기념하고 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국제 학술대회도 열리는데 손님 모셔놓고 우리 자랑만 하면 안 된다. 민족주의적 색깔을 빼야 공동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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