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2010&2011]<7>주택시장 10년 호황 누렸으면 침체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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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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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시작된 경제 위기는 주택 시장의 공급 과잉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문제는 2010년에도 미해결 상태이고, 2011년 이후로도 경제를 흔들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널리 알려진 용어가 됐지만 당초 이 시장이 환영받았다는 사실은 잊혀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조차 자가 소유를 열망하게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능하게 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같은 꿈을 꾼다. 하지만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고, 이 차이가 최근 글로벌 불균형과 금융 위기를 설명해 준다. 선진국에서 신규 주택 건설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인구가 정체되거나 줄면서 기존 주택은 상속되는 등 인구의 서로 다른 세대 사이에 교환되고 있다.

신흥 경제국은 다르다. 기존 주택의 양과 질이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의 대부분은 지방에 있다. 일자리의 대부분은 도시에 있다. 신흥국에서 도시화가 건설 붐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중국은 가장 극단적이다. 중국은 세계 시멘트 소비량의 50% 이상을 쓴다.

신흥국에서는 자가 소유에 대한 꿈이 크고, 이는 경제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주택 대출 시장은 대부분 신흥국에서 미개발 상태다. 그 때문에 젊은 중국 신혼부부는 드림 하우스의 계약금을 대기 위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스타일의 모기지 시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은 주택 가격 상승이 국가를 부유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보유자는 부자가 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모든 주택 가격이 함께 오르면 국가 전체로 볼 때 좋을 게 없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주택 가격이 오르면 현재의 주택에서 다른 주택으로 옮길 때 돈이 더 든다. 그러므로 주택 가격 상승은 부에 대한 환상만 만들어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거꾸로 주택 가격 하락은 어떤 형태로든 진짜 부를 파괴하지 않는다. 집은 그냥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 소유의 꿈을 더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이득이 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의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 독일처럼 주택 대여 시장이 잘 발달했으면 많은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인은 생명보험이나 저축조합을 통해 주택을 간접적으로 소유한다. 이들 기관이 독일 주택 부동산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관리한다. 같은 관점에서 많은 미국 가구는 사실 중국 정부로부터 집을 빌리고 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공공 모기지 회사는 중국 자본의 의존도가 높다.

모두가 안정된 미래를 위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최선이라고 확신할 때 진짜 위험이 생겨난다.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대출기관은 이른바 닌자(NINJA·무소득 무직업 무자본) 모기지뿐 아니라 주택 개발업자에게도 대출을 늘린다.

주택 시장 붐이 지속되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거품이 터지면 닌자는 대출금을 못 갚고, 부동산 업자는 파산한다. 대출회사의 담보물은 가치가 사라진다. 결국 은행 시스템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2008년 미국처럼 말이다. 극단적 경우 전체 국가의 파산을 걱정하게 될지 모른다.

주택시장 붐은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붕괴 역시 똑같이 오래간다. 한 번 주택 공급이 많아지면 장기간 시장이 침체된다. 지난 10년 동안 부자 국가에서 주택시장 붐은 정점에 올랐다. 붕괴 여파 역시 향후 10년가량 계속되면서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아직 붐이 시작되지 않았다. 향후 10년 내내 붐이 계속되면서 주택 수억 채가 건설될 것이다. 신흥국이 자가 소유의 꿈을 미국 및 유럽과 달리 잘 관리한다면 다음 주택 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다.

ⓒProject Syndicate

대니얼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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