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찌질남’이 대세? 드라마 속 남편들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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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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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속 남편들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집에서 가장으로 대우받는 남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회사에서는 여자 상사에게 구박받고, 집에선 잘 나가는 아내와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느껴야 한다.

안방극장의 대표적 '찌질남'은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의 봉준수(정준호 분)와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의 이상현(신성우)이다.

▶ '찌질남'-'알파걸' 커플들

이들은 착한 심성을 가지고 열심히 살지만 실력이 없거나 운이 따르지 않아 실패를 맛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의 찌질함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알파걸' 아내와 사사건건 비교되면서 두드러진다.
‘즐거운 나의 집’ 이상현(신성우)은 바람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현은 21살 여대생 제자와 바람을 피는가 하면 자신이 다니는 대학 재단 이사장의 아내이자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모윤희(황신혜)와 묘한 관계를 이어간다. 사진제공= MBC
‘즐거운 나의 집’ 이상현(신성우)은 바람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현은 21살 여대생 제자와 바람을 피는가 하면 자신이 다니는 대학 재단 이사장의 아내이자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모윤희(황신혜)와 묘한 관계를 이어간다. 사진제공= MBC

'즐거운 나의 집'의 이상현은 미술 대학 시간강사이다.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이지만 능력이 탁월하지도 않은데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미 탓에 대학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미모와 지성에 성품까지 모든 것을 갖춘 정신과 전문의 부인 김진서(김혜수)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남편이다. 상현은 가장의 권위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학교수 임용은 갈수록 멀어져만 보인다.

결국 자신이 강사로 나가는 대학 재단 이사장의 아내이자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모윤희(황신혜)에게 의지한다. 상현은 성공한 아내와 재단 이사장의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러니 가정사가 평탄할 리가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선 상현을 '찌질남' '호구남'으로 부른다.

'역전의 여왕' 봉준수도 이에 못지않은 찌질남이다. 몇 년 재수 끝에 간신히 입사한 봉준수는 종부세 걱정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통장을 가진 유능한 팀장 황태희(김남주)와 결혼한다. 하지만 무능한 봉준수는 승진 심사에서 계속 떨어지다 결국엔 정리 해고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역전의 여왕’ 봉준수(정준호)가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회장아들인 구용식(박시후)에게 눈물로 애걸복걸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역전의 여왕’ 봉준수(정준호)가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회장아들인 구용식(박시후)에게 눈물로 애걸복걸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준수는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군대 후임이자 회장 아들인 구용식(박시후)에게 애걸복걸한다. 또 헤어진 여자친구인 백여진(채정안) 팀장의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억울하게 회사에서 나온 뒤 재기를 노리는 아내 황태희가 작성한 보고서를 백여진 팀장에게 넘기는 모습은 '찌질남'의 결정판이다.

결국 기울어진 봉준수네 가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람은 아내 황태희다. 황태희는 실력을 앞세워 보기 좋게 재기에 성공하고 비틀거리는 가정도 추스른다.

▶ 잘난 아내, 못난 남편 왜?

모자란 남편 캐릭터와 성공한 아내 캐릭터의 출현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많아진데다, 실제로 '남편보다 잘난 아내' 혹은 '아내보다 못한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드라마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찌질한 모습의 남편들과 달리 아내들은 일과 가정에서 똑 부러지는 모습이다. 극중 정신과 전문의인 김진서(김혜수)와 회사 팀장이었던 황태희(김남주). 사진제공= MBC
찌질한 모습의 남편들과 달리 아내들은 일과 가정에서 똑 부러지는 모습이다. 극중 정신과 전문의인 김진서(김혜수)와 회사 팀장이었던 황태희(김남주). 사진제공= MBC

MBC의 한 드라마 PD는 "요즘은 드라마의 소재를 현실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며 "평생직장이 무너지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장이 늘고 있는 현실을 드라마 속에서 반영하다 보니 극중 무능한 남편이 늘고 능력 있는 아내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못난 남편 캐릭터는 주인공인 잘난 아내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이 30~50대 여성들이다보니 이 같은 캐릭터 설정이 등장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률을 좌우할 수 있는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30~5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여성의 사회진출, 지위, 성공 등에 큰 관심을 가진 세대"라며 "성공한 여자와 찌질한 남성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들은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회를 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장년층 남성의 시청층 이탈이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며 "드라마가 주 시청층인 여성들 취향에 맞춰진다면 이 같은 캐릭터 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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