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와인]가족경영 와이너리 장점은 ‘매출보다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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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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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수확이 끝난 11월은 1년 중 그 어느 달보다 와이너리 소유주나 관계자들의 방한이 줄을 잇는 시기다. 지난주에도 이미 34곳의 이탈리아 와이너리 관계자들이 한국을 다녀갔고, 스페인 무역진흥청도 자국 와이너리 30곳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국내 수입사와의 연결을 도모했다. 그런가 하면 콜긴, 앰뷸네오와 같은 미국 컬트 와인 오너들도 국내 와인 애호가들과 만남을 가졌고, 특히 이탈리아 미켈레 키아를로 와이너리의 차세대 오너 알베르토는 서울에서 오후 1시에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오전 5시에 기상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와인에 자부심과 긍지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필자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이들이 어느 자리에 가든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가족 경영’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6월 12일자 칼럼에서 가족 경영 와이너리와 막강한 기업 자본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의 장단점을 짧게 언급한 바 있다. 와이너리 당사자들이 가족 경영을 그토록 강조하고, 필자 역시 가족 경영이라는 말만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는 이유는 가족 경영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철학, 개성, 장인정신을 우선시하고 이에 따라 와인을 생산했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프리뭄 파밀리아에 비니(PFV)’와 ‘그란디 마르키’는 와인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의 모임이다. 1993년 정식 발족된 PFV는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전 세계 가족 경영 와이너리 12곳으로 결성된 단체다. 창단 멤버로는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 조제프 드루앵, 폴 로제, 자불레, 위젤(이상 프랑스), 토레스, 베가 시실리아(이상 스페인), 에곤 뮐러(독일), 안티노리(이탈리아), 시밍톤(포르투갈), 몬다비(미국)였는데, 훗날 몬다비, 자불레,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이 기업에 매각되면서 자동으로 모임에서 탈퇴됐다. 기존 회원들의 만장일치를 받는 등 몇 가지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통과하고 새로운 멤버가 된 곳은 사시카이야를 만드는 테누타 산 귀도와 샤토 드 보카스텔의 페랭 에 피스밖에 없다.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모여 지구 온난화와 같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를 논의하고 자신들의 와인 홍보와 판촉을 위해 함께 움직인다.

PFV는 아직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반면 그란디 마르키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한국을 찾아와 회원들의 와인은 물론 이탈리아 와인 전반과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란디 마르키에 속한 와이너리 17곳은 3000년이 넘는 이 나라 와인 양조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할 만큼 하나같이 각 지방의 와인 특색을 잘 살린 와인을 생산하는 명가들이다. 이탈리아 와인이 좋긴 하지만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 이들을 이정표 삼아 하나씩 배워가는 방법도 꽤 효과적일 듯하다. 인터넷 홈페이지(www.istitutograndimarchi.it)에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이번 주의 와인
바르베라 디아스티 ‘라쿠르트’, 미켈레 키아를로


바르베라를 두고 왜 ‘숨은 진주’라고 표현하는지 단번에 알게 해 주는 와인이다. 필자는 언젠가 이 와인을 두고 ‘슈퍼 바르베라’라고 칭찬했던 누군가의 표현에 동의를 표한다. 체레퀴오, 아실리와 같이 쟁쟁한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함께 맛보았지만 라쿠르트에 대한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미켈레 키아를로는 가야, 피오 체사레와 함께 그란디 마르키의 피에몬테 지방 회원사로서, 바르베라는 이곳 설립 초기부터 공을 들여 가꾼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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