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여전히 뜨겁고 흥겨운 엔진…타마&베가본드 두 번째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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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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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평범한 부산 남자들의 록 정신!
● 음반 유통구조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과감한 '무료 배포' 선언

가수 장기영(별칭 타마)은 1995년 MBC 대학가요제에 부산대표로 참가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가요제에서 주목을 받자 이후 일본 도쿄의 '팬 스쿨오브 뮤직'에서 잠시 공부하다 귀국해 1997년 이한철과 밴드 지퍼(Zipper)를 결성했다.

물론 뮤지션의 생활은 간단치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장기영은 힙합, 애시드 재즈(Acid jazz), 하드락 등 다양한 장르의 작곡, 편곡, 악기연주, 노래실력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그 덕인지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이란 곡으로 활동하면서 음악과 관련된 각종 일감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
타마 앤 베가본드
타마 앤 베가본드

예를 들어 우리가 무심코 스쳐 들었던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가수 장기영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쥬얼리, 박상민 등 대중가수의 앨범작업에 작곡가로 들어갔고, 박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재미있는 영화'의 O.S.T에 참여하였으며 작곡가 박근태의 편곡 스태프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윤은혜의 녹차CF에 쓰여 히트한 이한철의 '슈퍼스타'가 담긴 앨범 'ORGANIC'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 부산 사투리 진득이 묻어나는 말투, 사람 웃게 만드는 묘한 화술

DJ와 프로듀서 생활을 거쳐 여러 밴드의 구성원으로 활동한 그는 데뷔 10년만인 2007년 '편지호(기타), 해태(베이스), 신선미(드럼)'를 만나 '타마 앤 베가본드(TAMA&VAGABOND)'라는 유쾌한 밴드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1970년대의 조금 촌스러운 듯함이 오히려 신선해 보이는 록스윙풍의 쇼밴드였다.

이 밴드가 4일 '부두의 베가본드'와 '박순구 부루스'라는 단 두 곡이 담긴 미니앨범(EP)을 출시했다.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이제야 본격적인 전국구 대중음악인으로 변신을 시도한 셈이다.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그의 음악적 여정은 간단치 않다. 한동안은 부산에서 힙합클럽 '빅 브라더 패밀리'를 직접 경영할 정도였다. 그는 동명의 힙합팀을 이끌고 여러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의 음악바닥의 폭이나 깊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타마 앤 베가본드
타마 앤 베가본드

그는 2007년 부산 락 페스티발, 말레이시아 인디블루, 2008년 드라마 '아빠 셋 엄마 하나' OST, 부산 선셋라이브, 2009년 일본 후쿠오카 야마카사 마쓰리 기획공연, 나이키 '휴먼레이스' 공연 및 컴필레이션 음반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준비한 '광안대교' '니가 가라 하와이' 등이 수록된 첫 번째 EP를 발매한 후 지금까지 홍대클럽 'FB 소울하우스'의 주말 레지던스 밴드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사실 이들은 음악적인 면 외에서도 대단히 도전적인 밴드다. 특히 이번 두 번째 앨범 뒷면에 쓰인 "본 음반은 무단 복제가 가능하오니 많은 배급 부탁한다"는 표현은 그들이 이 혼란한 음반 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하고자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는 온라인 이동통신사의 음원수익분배문제가 어떻게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이 한마디에 응축된 것.

최근 이들은 요즘 회자되는 온라인 이동통신사의 음원분배문제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위의 프로필에서 약술한 대로 산전수전 경험한 뮤지션이다. 속칭 메이저와 마이너의 바닥에서 활동했던 베테랑 아티스트의 결론은 '힘 있는 아티스트들의 담합'이 선행되어야만 진일보할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됐다.

■ "본 음반은 무단 복제가 가능하오니 많은 배급 부탁…"

이어 타마는 "불법 다운로드는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판단한다. 동시에 불공정한 음원 수익 분배 과정의 1차 피해자인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겪고 있는 막대한 홍보비를 통한 음반 프로모션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아예 공짜로 뿌리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2집 EP를 무료 배포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음반을 사고파는 사이가 아니라 보다 친밀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인디 아트'의 세력과 시장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더 많은 밴드들이 참여하게 되면 새로운 유통질서가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더한다.
타마 앤 베가본드
타마 앤 베가본드

이미 외국에서는 음반을 무료로 배포하는 밴드들이 적지 않다. 거기에는 '질의 저하'란 위협 요소를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타마는 수많은 음반 엔지니어들과 프로듀서들 사이에 아름다운 '두레'와 '품앗이' 시스템을 구축해 인디아트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결국 이제 음원은 파는 것이 아니고 아티스트에게는 다른 수익구조가 생겨날 것이며 이는 이미 세계시장이 다 겪었던 일 중의 하나라는 것.

여자들이 궁금해 하는 남자들의 속내, 남자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음악과 가사로 무장한 타마 앤 베가본드 2번째 EP. 꼭 한번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더구나 공짜가 아닌가? 세상의 잣대나 기대와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는 그들 작품의 가치는 절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 앨범 정보

* 그룹명 : Tama & Vagabond
* 멤버명 : 장기영(보컬), 편지호(기타). 해태(베이스), 신선미(드럼)
* 발매일 : 2010.11.04 | SK커뮤니케이션즈
* 수록곡 : '박순구 부루스', '부두의 베가본드'
* 트위터 : @tamavagabond
* 한줄평 : 공연 초반 미적지근하기로 유명한 부산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단박에 사로잡는 강렬한 사운드

김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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