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슈퍼스타K2 후폭풍, 공중파의 ‘슈스케’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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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19시 17분


코멘트
● 11월 5일 첫방 타는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명과 암
● "획기적인 평가방식 도입 없이는 평범한 오디션 전락 가능"


"MBC 대학가요제는 실패했는데 왜 슈스케는 성공했을까?"
1980년대 90년대 최고의 스타산실 프로그램이던 \'MBC 대학가요제\' (동아일보 DB)
1980년대 90년대 최고의 스타산실 프로그램이던 \'MBC 대학가요제\' (동아일보 DB)

스타탄생의 산실 MBC 대학가요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인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한 MBC의 노력은 줄기차게 계속돼왔다.

주철환 같은 스타PD를 내세워 대회를 진행시키기도 하고, 장소를 아예 유명대학 캠버스로 옮겨 가요제를 치르기도 했다. 심사위원을 대학가요제 출신 유명 가수들로 초빙해오기도 하고 시청자 평가제도를 일부 도입해 관심을 끌려고 노력도 해봤다.

이런저런 방식을 모두 동원했지만 MBC 대학가요제를 통한 스타탄생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무리 공중파의 위력이 거대했다고는 하나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실제 연예기획사를 통해 배출되는 연예인들의 수준을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대학가요제 참가자들이 따라잡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가요제'를 포함해 방송을 통한 '스타오디션'의 맥이 끊겼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과도 같이 2009년 엠넷(Mnet)의 '슈퍼스타K'가 등장하고 2010년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최종 11명 안에 든 참가자들은 국민적인 스타로 훌쩍 성장했고, 위세 당당하던 연예기획사들과 공중파들까지 나서 이들을 모셔가려고 안달이다. 그야말로 '슈퍼스타K(슈스케)'의 후폭풍인 셈이다.

"슈퍼스타K의 성공에는 '시청자 참여 70%' '인간극장 방식의 캐릭터 설정' '케이블의 충분한 방송 시간' '보는 노래에서 듣는 노래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대중음악평론가 현현)

성공의 이유야 어찌됐건 가요계에 '패러다임 변화'의 총성이 울린 것은 확실해졌다. 성공방식을 발견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인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슈퍼스타K의 후폭풍… 드디어 방송가 덮치다
결국 미디어는 스타를 만들어 가며 동반 성장해왔다. 스타를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켜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동아 DB)
결국 미디어는 스타를 만들어 가며 동반 성장해왔다. 스타를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켜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동아 DB)

'슈스케 2'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하자 KBS MBC SBS 같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바빠졌다.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슈스케'로 쏠리는 관심과 스타 생산 권한을 찾아올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적 부진으로 고민 중인 MBC가 가장 먼저 '슈스케 따라하기'에 나섰다.

MBC는 다음달 5일부터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방송한다. 이를 위해 국제 시사프로인 'W'를 폐지하고 간판 뉴스프로 '뉴스데스크'까지 나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황금어장'의 여운혁 PD를 심사위원으로 동원하는 등 전사적 역량을 투입한 모양새다. SBS도 자회사 SBS플러스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최고위층의 마지막 결단만 남겨두었다는 후문이다.

MBC가 먼저 공개하는 스타 발굴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기본 컨셉트는 '슈스케'와 닮았지만 포맷은 약간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유튜브 오디션'을 통한 온라인 심사를 키워드로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참가자들이 신청서류를 제출하면 MBC 예능PD, 작가, 음반관계자들로 구성된 심사단이 참가하는 오프라인 심사에서 1차 선발자 120명을 걸러낸다.

이후 120명의 참가자들이 '위대한 캠프'라는 트레이닝캠프에 참가해 최종 10명이 남을 때까지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른바 리얼리티쇼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위대한 탄생' 제작진은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선보일 것이다"고 장담한다.

상금도 '슈스케(약 2억원)'를 넘어서는 총 상금 3억원(우승 상금 1억+음반제작지원금 2억)으로 정했으며, 아예 1년간 MBC가 직접 매니지먼트를 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마디로 자사 전파를 통해 스타로 키워주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스타지망생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심사위원의 역할도 슈스케와는 다르다.

가요계 경력 20년 이상의 뮤지션들이 참가자들의 '멘토'로 참여해 참가자들의 트레이닝을 담당하며, 이후 톱 20이 남았을 때 직접 10명을 떨어뜨리는 권한까지 주겠다는 방침이다. '슈스케'의 심사위원들이 30%의 평가 권한만 갖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심사위원들의 권한이 훨씬 커진 셈이다.

▶"공중파의 능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
22일 열린 ‘슈퍼스타 K2’ 최종 라운드에서 허각(오른쪽)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허각의 우승 뒤에는 심사위원보다 시청자 역할이 더 컸다.(사진제공|Mnet)
22일 열린 ‘슈퍼스타 K2’ 최종 라운드에서 허각(오른쪽)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허각의 우승 뒤에는 심사위원보다 시청자 역할이 더 컸다.(사진제공|Mnet)

과거엔 스타 탄생을 허락하는 특권은 공중파 방송사의 전유물이었다. 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MBC만 하더라도 1970~80년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를 통해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왔다"며 "게다가 음악순위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들을 줄 세우며 1990년대까지 문화 권력을 즐겼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가요순위 프로나 가요제의 인기가 폭락했다. 가요계의 방송사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음악 담당 PD와 DJ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이 틈을 타 연예 기획사들은 직접 스타를 만들어 공중파에 독점 납품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다.

이 같은 기획사 주도의 흐름에 반기를 든 것이 케이블 방송 Mnet의 '슈스케'다. 해외 리얼리티 프로를 모방한 '슈스케'는 시청자 점수 비중을 70%로 정하고 흘러간 명곡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이처럼 변화한 대중가요 시장의 권력을 지상파가 되찾아 오느냐가 MBC '위대한 탄생'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음악계에서는 '위대한 탄생'이 달갑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음악평론가 현현 씨는 "단순하게 케이블의 시청률이 탐나 지상파까지 오디션 시장에 뛰어들 경우 여전히 얄팍한 대중음악 시장이 '노래방 가수'만을 양산하는 양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음악성을 추구한다는 인디 음악계마저도 '슈스케' 열풍에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슈스케'가 음악성 보다는 '인간극장'의 포맷을 적극 차용해 인생 역전 스토리로 프로그램을 홍보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오디션 프로의 범람에 대한 음악계의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스타 PD와 유명 가수들의 평가가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슈스케의 성공에 배가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지상파의 힘만 믿고 슈스케를 단순 모방해 경쟁하다가는 가요계 전체가 얄팍한 이벤트용 가수들만의 무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동안 공중파의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잡음이 적지 않았는데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중파 방송사가 공정하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케이블TV 엠넷은 아예 70%의 심사 비중을 시청자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갔는데 지상파가 이 같은 평가방식을 도입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스타 만들기 싸움은 어느 쪽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인가? 답은 역시 시청자들이 쥐고 있을 수밖에 없다.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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