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이 본 카터 방북 5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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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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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클린턴에 재미못본 北, 이번엔 더 우호적인 카터 ‘낙점’

《16년 만에 다시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개월째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무사히 데려오는 게 미국 정부가 밝힌 공식 임무이지만, 그보다는 이틀간 평양에 머물면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논의할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등 북한 전문가 3명을 통해 카터 전 대통령 방북의 5대 핵심 관점 포인트를 들어봤다.》

北이 내린 결정… 카터, 오바마 아닌 김정일이 선택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對北)교섭전담대사를 지낸 프리처드 소장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번 특사 결정은 북한이 내린 것”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의 승인을 받고 이미 신병인도가 결정된 곰즈 씨를 데리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간 미국 시민을 데려오는 데 있어서 이제는 전직 대통령이 가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소장도 “카터 전 대통령을 곰즈 씨 석방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암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특사 방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북한이 북한 문제에 더 적극적인 카터 전 대통령을 ‘낙점’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라는 분석.

대결서 대화로?… 北지도부 국면변화 의지 밝힐까

이 같은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 지도부가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느냐가 이번 방북의 유용성을 가늠할 척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이 1994년 그랬던 것처럼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현재의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힐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로버트 갈루치 전 조지타운대 학장과 함께 미국 협상팀을 이끌었던 허버드 이사장도 “당장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핵문제 해결의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북한 지도부의 의중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은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의 방북을 체제선동에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北마지막 기회… 오바마 임기중 더는 기회 없을 것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북한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으로서는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가운데 지금껏 추진해 온 대결과 도발의 노선을 평화노선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제공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일성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이 핵 문제와 관련해 제시했던 ‘후퇴의 기회’를 잘 잡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적절히 이용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미국 정부 당국자도 “결국 관건은 북한이 핵 폐기라는 결단을 내렸을까 하는 점인데 내 개인 견해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카터 보따리는… 美정부 정책변화로 이어질지 관심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성사를 전제로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임무를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놓을 보따리에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역시 중요 관심사 중 하나다.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이미 북한을 방문한 뒤고 중국 역시 자신이 의장국으로 있는 6자회담의 재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프리처드 소장은 “카터 전 대통령이 나름의 어젠다를 통해 북한 지도부를 통해 내놓을 제안에 오바마 행정부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수용의지를 비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도발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급격히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어떤 영향… 천안함 금융제재는 예정 따를 듯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결과에 관계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가 쉽게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허버드 이사장은 “인도주의적 목적의 이번 방북과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대북제재는 별개의 문제”라며 “로버트 아인혼 북한제재 조정관이 중심이 돼 준비하고 있는 대북 금융제재 리스트와 관련한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예정대로 이달 말에 발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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