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67만명 시대]암환자 10명중 4명 우울증… 심리치료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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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가 지난해 가을 유방암 3기로 가슴절제수술을 하셨습니다. 연세는 55세신데 약도 잘 드시고, 치료도 잘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요즘 모든 걸 귀찮아하시고, 한 번 생각에 빠지면 밤새 못 주무시고 그 생각만 한다고 하세요. 우울증인 것 같은데, 본인은 정신과 약까지 먹어야 한다고 하니까 더 속상하신가 봐요. 이렇게 지켜봐야 하나요?”

“아버지가 위암수술을 받은 뒤 가족에게 짜증을 많이 내세요. 병원에서 적게 먹으라는데 일부러 더 많이 드시기도 하고…. 갑자기 또 입맛이 없다며 무슨 반찬을 해도 안 드시고….”

암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질문 중 대부분은 ‘암’ 그 자체가 아니다. 암 수술이나 치료를 받은 뒤 갑자기 드는 허탈감과 불안감에 대한 것이 많다. 어쩔 수 없는 감정의 기복 때문에 가족들도 힘들어한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5월 문을 연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에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정신과와 협의해 진료해야 한다고 의뢰하는 경우는 월평균 200여 건. 8월부터는 암센터 내 유방암, 갑상샘센터 등 개별센터로 온 초진환자를 1차 선별한 후 선별된 암 환자를 바로 정신건강클리닉으로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암 환자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는다. 암 환자가 암 이외에 사망하는 원인으로 자살이 5위(6.2%)일 정도다. 암에 걸린 환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삶 자체를 고통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신건강클리닉은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심리도 돌본다. 환자의 배우자나 자녀 역시 환자의 돌발적인 감정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전 교수는 “암 환자의 정신건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암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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