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 MLB 수다] 얼굴만봐도 타자들 주눅 최강 ‘포스’는 랜디존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7월 30일 07시 00분


언어라는 것은 나라를 건너가면 뉘앙스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건 스포츠용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정작 미국에서는 듣기 힘든 단어들이 한국에선 유행처럼 쓰여지는 게 몇 개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파이팅’. 같은 편끼리 투지를 다짐하거나 응원의 한마디로 사용하는 이 말을 미국의 스포츠 현장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원래의 의미에 집착할 게 아니라 분위기와 마음을 제대로 전달한다면 그리 뭐라 나무랄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런 케이스 몇 개와 그에 부합하는 사례를 살펴보겠다.

○엣지(edge)=‘모서리, 날카로움’등의 본뜻을 넘어 세련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는 엣지에 가장 가까운 메이저리거는 누구일까?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는 톰 글래빈이다. 언뜻 옆집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일단 마운드에만 오르면 완전히 달라진다. 경기 상황이 어떻든 표정이 변하지 않는 포커페이스다. 결정적인 삼진을 잡아도 아무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기 컨트롤을 잘하는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포스(force)=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포스는 역시 랜디 존슨. 그의 얼굴만 봐도 힘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타자들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에게 압도 당한다. 마운드에 서있는 그의 모습을 한번 보면 왜 그런지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스펙(spec)= 스펙도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스펙으로 따지자면 워싱턴 내셔널스의 신인 스트라스버그를 꼽을 수밖에 없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에 변화구가 90마일대 초반. 투수에게 더 좋은 스펙이 있을까. 물론 부상을 조심해야겠지만 스펙으로만 따지자면 우리 세대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다.

○시크(chic)= 메츠팬으로써 인정하기 싫지만 양키스의 데릭 지터는 진정 시크한 선수다. 그에게선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찾기 힘들다. 누구나 삼진을 먹지만 지터는 삼진도 스타일있게 감수한다. 유니폼, 언행 그리고 그의 리더십은 멋있기도 하고 그 만의 스타일이 있다. 완벽한 자기 관리를 통해서 스타일과 이미지를 구기는 사고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파이팅(fighting)= 싸움을 잘하는 선수를 찾는 것이 아니다. 팀워크에 필요한 분위기 메이커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양키스의 닉 스위셔가 정답이다. 얼마 전 양키스 구장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항상 웃는 얼굴. 기나긴 시즌 동안 긴장할 수도 있지만 그의 얼굴에선 늘 여유와 웃음을 찾을 수 있다. 그가 필드에 나서면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가라앉은 흐름을 깨고 상승된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twitter.com/danielki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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