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민주당 부패동맹과 무력한 검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학교 공금 80억여 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강성종 의원(신흥학원 전 이사장) 사건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그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측 요구를 받고 (검찰과) 교섭해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게 하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내겠다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당 스스로 그동안 야당과 은밀히 유지한 부적절한 ‘부패동맹’을 국민 앞에 고백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정치를 복원시키고 민주당의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입장을 유지했는데 민주당이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공격하는 데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소속 비리 혐의 정치인 처리에서 민주당에 협조한 것과 이런 사실을 공개하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민주당과 검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김 원내대표의 위상이나 최고위 회의에서의 공개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원내대표는 검찰에 대한 ‘협조 요청’이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지만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사건을 처리함에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특정 사건에 관해서는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검찰의 수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수사 진행과 구속 불구속 여부가 정치권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다면 공정한 법집행이 어려워지고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검찰은 어제 성명을 내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한 전 총리에 대한 불구속 기소도 순전히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액수가 2억 원을 넘으면 구속 기소했던 그동안의 내부 기준과 달리 한 전 총리의 경우 9억여 원이나 되는데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원내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국가 최고 수사기관의 권위와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고 ‘정치 검찰’의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쓴 꼴이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의 누구에게 언제 어떤 말을 했는지 소상히 밝혀야만 한다. 민주당도 여당이 검찰에 압력을 가한 이 사건에서 원인을 제공한 공범으로서 여당과의 뒷거래 내용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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