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9>세계 축제경영…아비뇽에 수십만이 몰리는 이유

동아일보 입력 2010-07-22 03:00수정 2010-12-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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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지방의 유서 깊은 역사도시 아비뇽에서는 매년 7월 세계적인 연극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고, 그 옛날 중세시대에 가톨릭 교황들이 살았던 옛 교황청 궁전 마당은 거대한 야외무대로 변신한다. 거리와 광장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공연과 퍼포먼스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매일 밤 선보이는 새로운 작품들은 수많은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변변한 공연시설 하나 없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축제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세계 축제경영/김춘식·남치호 지음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와 군악대 축제,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를 ‘연구’한 저자들은 다음 해 프랑스의 니스 카니발과 망통 레몬 축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니발과 일본의 하카다 마쓰리를, 그 1년 후에는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와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을 둘러봤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하는 유명 축제들이다. 2001년까지 세계 10곳을 둘러보는 축제여행을 마친 저자들은 이를 엮어 2002년 책으로 펴냈고 2006년에 축제현장 동영상 화질까지 개선한 개정판을 펴냈다.

저자들이 세계적인 축제를 찾아다닌 목적은 분명했다.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유명 축제의 성공 노하우가 필요했다. 저자들이 얘기하는 아비뇽 축제에서 배울 점은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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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연극으로 시작한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축제 분위기를 내는 일등공신은 자유참가 부문 공연이다. 주최 측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공식 선정 부문과 달리 선정 절차가 따로 없어 거리 광장 지하실 창고 등에서 장소 사용 허락을 받아 누구라도 아비뇽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다. 이들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벌이는 홍보 공연과 포스터는 축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축제는 젊은 예술가에게는 도전과 기회의 장소이며, 새로운 실험과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축제 기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유참가작의 집’에서 벌어지는 토론과 회의, 공연, 시연, 강연 등은 전문가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14∼17세기 중세 건물들을 그대로 공연장으로 활용함으로써 개성을 높였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64년부터 뮤지컬, 무용, 현대음악 등으로 영역을 넓혔고 근래에는 시, 미술, 영화와 비디오아트에까지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는 공연하지 않는다. 아비뇽에서 가까운 오랑주 합창제나 액상프로방스 오페라 예술페스티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또 아비뇽 페스티벌이 초기 10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무대감독인 장 빌라르(1912∼1971년) 같은 사람이 신념을 가지고 헌신한 점, 행정기관이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은 점, 매년 전체 공연의 4분의 3 이상을 새 작품으로 선보이는 왕성한 실험정신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공식 부문의 작품 선정은 축제 시작 1년 6개월 전에 진행되는 등 준비의 치밀함도 축제의 충실도를 높였다.

저자들은 니스 카니발에서는 가면을 통해 일상의 탈출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망통 레몬 축제에서는 특산물 축제라 하더라도 그 특산물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뮌헨 축제에서는 주최 측이 장소만 선정하고 참여 회사가 시설을 설치 운영토록 함으로써 6명의 직원이 650만 명의 축제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실무자들에게 좋은 교과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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