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뒤집기 vs 화려함… 현대발레, 같지만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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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롤랑 프티의 밤
안무 ★★★★ 무용수 간의 호흡 ★★★

디스 이즈 모던
안무 ★★★★ 군무의 완성도 ★★★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 중 ‘카르멘’.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 중 ‘카르멘’.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고흐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소용돌이치는 황금색 들판(‘아를의 여인’) vs 끊임없이 반복되는 회색 도로와 붉은색 주차선(‘올섈비’).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발레단의 ‘롤랑 프티의 밤’과 16∼18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은 첫 작품의 무대 배경부터 ‘낭만’과 ‘세련’의 대조를 보였다.

‘롤랑 프티의 밤’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대표작이자 국내 초연작인 ‘아를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을 선보였다. ‘디스 이즈 모던’은 하인츠 슈푀얼리의 ‘올섈비’,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을 엮었다.

두 공연 모두 현대 안무가의 작품 세 편을 선보이되 다른 전략을 택했다. ‘디스 이즈 모던’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발레는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고정관념 대신 무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무용수들이 미끄러지거나 튀튀를 풍자한 듯한 커다란 후프를 허리에 두른 발레리나가 등장했다(‘올섈비’). 왕자 공주 역이 익숙해 보이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언뜻 트로트를 떠올리게 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는 장면도 연출됐다(‘마이너스 7’). ‘인 더 미들…’의 폭발하는 듯한 금속성의 음악, 흑백 대비가 선명한 조명, 무용수의 몸에 딱 붙는 청록색 의상, 감정을 절제한 움직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을 담아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가운데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가운데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롤랑 프티의 밤’은 화려하고 격정적인 무대로 관객을 압도했다. 세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호흡이 멎을 듯한 춤을 끝으로 목숨을 잃는다. 제1,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로 삶의 허무함,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 등을 담아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카르멘’은 화려한 원색의 의자를 이용한 군무, 조명을 사용해 카르멘과 돈 호세의 마지막 파드되(2인무)를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장면으로 연출한 피날레 등 수준 높은 무대 미술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공연 모두 ‘젊은이와 죽음’에서 젊은이 역을 맡은 이동훈, ‘카르멘’에서 카르멘을 맡은 김지영, ‘올섈비’에서 2인무를 춘 강예나, ‘인 더 미들…’에서 아그네스 역을 맡은 이상은 등 주역들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디스 이즈 모던’의 경우 ‘올섈비’에서 군무의 호흡이 흐트러지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고, ‘롤랑 프티의 밤’ 중 의자를 집어던지거나 책상을 뛰어넘는 등 소품을 이용한 동작이 많은 ‘젊은이와 죽음’에서는 주역 간의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반전’과 ‘압도’라는 전략을 통해 현대의 걸작을 성공적으로 선보였지만 전략을 뒷받침할 치밀함이 다소 부족한 무대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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