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우체국장이 보이스피싱 막아

동아일보 입력 2010-07-15 17:30수정 2010-07-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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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여성 우체국장이 보이스 피싱을 막아 노부부가 모아둔 수천 만 원의 재산을 지켰다.

15일 서귀포시 효돈동우체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15분경 평소 거래가 없던 권모 씨(77) 부부가 찾아와 일시에 3000만원까지 출금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통장 개설과 폰뱅킹을 신청했다.

이에 정옥란 우체국장(48)은 다소 불안해하는 모습의 노부부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이스피싱 안내문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으나 권씨 부부는 "그런 것이 아니라 아들이 시켜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아무래도 미심쩍어 "혹시 '은행 직원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고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을 되물었고, 그제야 부인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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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 부부의 설명은 이랬다. 갑자기 집으로 '우편물이 반송됐으니 상담원을 연결하려면 1번을 누르십시오'라는 ARS 자동응답 전화가 걸려와 1번을 눌렀더니 여직원이 예쁘장한 목소리로 "카드가 연체돼 은행예금에서 빠져나가게 됐다"고 안내했다.

이어 권씨가 "카드를 만든 적이 없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다른 사람 명의로 카드가 발급됐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면 경찰청에서 전화하도록 할 테니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윽고 한 남자가 권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서울경찰청 정보특수과인데 개인정보가 누출됐으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은행돈이 빠져나간다. 은행 예금이 얼마냐?"고 물었고, 권씨가 "농협에 3000만원이 있다"고 대답하자 "보호해줄 테니 우체국으로 가서 출금 3천만원 한도의 폰뱅킹을 신청하라"고 했다는 것.

우체국 밖에 세워진 권씨의 차 안에는 그때까지도 그 남자와 통화 중인 상태의 휴대전화가 켜져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정 국장은 권씨 부부에게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례라고 설명하고 나서 자신이 직접 전화통화를 해보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정 국장이 "여보세요"라고 말하자마자 상대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권씨 부부는 결국 거액의 사기 피해를 막아 준 우체국장에게 수십 번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고 말하며 고마워했다.

효돈동 우체국에는 이날 하루 동안 권씨 부부처럼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은 10여명의 주민이 방문했으며, 20여명의 주민은 전화로 같은 내용을 문의해 한 마을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보이스 피싱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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