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의원선거 후폭풍]‘소비세=日정권의 무덤’ 재확인

동아일보 입력 2010-07-13 03:00수정 2010-07-1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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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인상 추진땐 선거 참패
재정 건전화 계획도 차질
민주당이 11일 치른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소비세 문제가 역대 정권의 발목을 잡아온 무덤이었음이 재차 확인됐다. 소비세 인상 논의는 이번 7·11 참의원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지만 여론의 반발을 피하지 못했다. 최악의 재정난에 빠져 있는 일본으로서는 소비세 증세 논의가 미궁으로 빠져들면서 재정건전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세는 일본 역대 정권과 질긴 악연을 되풀이해왔다. 소비세를 도입하거나 인상을 추진하려다 정권을 내놓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총리가 1978년 소비세 신설을 추진했다가 이듬해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1989년 4월 우여곡절 끝에 소비세가 도입된 직후 출범한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내각은 소비세 여론 악화와 총리의 여성 스캔들 문제까지 겹쳐 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게 된다. 이 밖에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내각이 각각 소비세 인상안을 추진하다가 정권의 동력을 잃거나 권력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는 역대 선거와 달리 소비세 인상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아사히신문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이 46%로 반대(44%)와 비슷했다. 누적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00%로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상황에서 재정건전화를 위해 인상을 감수하겠다는 여론이 의외로 높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소비세 증세 논의의 앞뒤가 뒤바뀐 데 대한 불만이 거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세금의 용도와 향후 재정 건전을 지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세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이미 증세를 기정사실화하고 세율부터 제시한 것 자체가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증세를 요구하기 전에 공무원 감축, 행정낭비 개혁 등 정부의 솔선수범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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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화 대책이 시급한 일본으로서는 민주당의 패배로 소비세 인상 논의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는 참의원 선거 개표 결과가 나온 12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소비세 인상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협의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패배 원인을 간 내각의 소비세 인상 카드에 있었다고 보고 이를 주도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에 대한 책임공방 조짐이 일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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