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35>人雖欲自絶이나 其何傷於日月乎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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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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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진다. 노나라 대부 叔孫武叔이 공자의 험담을 하자 子貢은 “그러지 말라” 하고는 공자는 해와 달과 같아 무한히 높기 때문에 넘어설 수가 없다고 말한 후 위와 같이 덧붙였다. 自絶은 자기 쪽에서 絶交함이다. 비방하여 자기 쪽에서 공자와 절교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何傷∼乎는 어찌 손상을 입힐 수 있을까, 손상을 입힐 수 없다는 뜻의 반어이다. 多는 ‘다만 祗(지)’와 같다. 見은 ‘드러난다’는 뜻으로 暴露(폭로)됨이다. 不知量이란 자신의 分量을 모름이다.

여기서 자공은 사람이 해와 달과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고 해서 해와 달의 빛에 손상을 입힐 수 없듯이 혹자가 공자를 비방하여 공자와의 관계를 끊는다고 해도 공자의 덕에는 손상을 입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子張’ 제23장에서는 공자의 담장은 서너 길 높이라 문을 통해 들어가지 못하면 종묘의 아름다움과 백관의 성대함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과연 자공은 비유가 교묘하고 언변에 뛰어났다.

‘임제록’을 보면 임제 선사는 佛法을 밖에서 구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안에 무엇이 있는 듯이 여겨도 안 된다고 경계해서 ‘허공에 말뚝을 박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주치는 대로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 권속을 만나면 친척 권속을 죽여라”고도 했다. 자유자재한 주체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청정의 상태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

학문과 기예의 일정한 높이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으로서 先學을 비방하고 先學의 업적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다만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조악한 행위일 뿐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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