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김종해 씨(69·사진)가 최근 신작 시집 ‘봄꿈을 꾸며’(문학세계사)를 펴냈다. 그는 “두어 달에 한 편 정도 고치고 다듬으며 써왔다. 10년은 걸려야 새 시집을 낼 거라 여겼으니 생각보다는 앞당겨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어스름해진 일생의 저녁을 마주한 시인이 느끼는 회한과 그리움이 서정적이면서도 정제된 어조 속에 녹아들었다. ‘아버지가 먼저 가 계신 나라’ ‘동무들이 떠난 길 위’ ‘이승의 경계’ 등의 시어들은 시집에 흐르는 지배적인 정서가 어떤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리무진 꽁무니에 조그맣게 걸린 근조(謹弔) 화환…저 리무진 안에서 잠자듯 누워 있는 사람이 지금 가고 있는 곳, 한강을 거슬러 구리를 지나고 양평을 지나고 그리고 시간의 끝, 세상의 끝에 그 사람의 북망산이 있으리라. 가진 것 다 버리고, 북망산으로 가고 있는 저 분의 영원한 시간.”(‘길 위에서 문상’)
하지만 시인은 이런 생사의 서글픈 갈림을 은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안는다. “일생의 옷을 벗으매/내 안에 마지막 남은 것이/비로소 보인다/구름 한 벌, 바람 한 벌,/하느님 말씀 한 벌!”(‘옷에 대하여-자화상을 보며’)에서는 삶에 대해 허허로우면서도 탈속한 긍정의 시선이 느껴진다. 시인은 “주변 사람들이 사라져 가면서 죽음이란 문제가 확대돼 보이기 시작했지만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가 봄날”이라고 말한다.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하나님께서 하문하신다면요/저는 이월이요/…/한평생 살아온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기다리는 동안/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봄꿈을 꾸며’)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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