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지방건설]<上>영남-강원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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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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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대부분 중단… 부도공포 건설사 “얼마나 버틸지…”

[부산]
지역건설사 분양 2곳뿐
하청업체 연쇄부도 신음
[대구-경북]
시공능력 100위권 4곳 불과
“4대강 사업 생명줄 되려나”
[강원]
올해 건설발주액 33% 줄어
“지역업체 현장투입 총력”

《최근 지방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해당 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요를 예측하지 않고 대형 주택 위주로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은 미분양으로 수조 원의 돈이 묶이자 신규 주택 분양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은 부도 도미노를 걱정하고 있다. 건설현장이 문을 닫으면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과 중장비, 자재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지방 건설회사의 경영난 실태와 지역 경기에 미치는 파장을 2회 시리즈로 진단한다.》

11일 오전 부산 연제구의 건설업체 A사. 최근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 사무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손으로 문을 두드리자 투명한 문 안쪽에서 한 여직원이 파티션 너머로 문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다시 파티션 뒤로 사라졌다.

역시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진 연제구 B사가 입주했던 건물. 빌딩 1층 안내에는 B사의 상호가 보이지 않았다. 건물 관리인은 “B사는 지난해 공사를 벌였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부도를 낸 뒤 최근 사무실을 뺐다”고 말했다.

○ “위기?… 겁나서 일을 안 하는 것”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부산에서는 종합건설업체 1곳과 전문건설업체 7곳이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부산지역 건설경기는 2007년 최악을 맞은 후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현지 건설업계의 설명. 그러나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벌이지 않고 일을 안 하기 때문에 겉으로만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일 뿐, 건설사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등 주택건설 실적은 2006년 4만7081채를 정점으로 2007년 3만6620채, 2008년 1만3594채, 2009년 6460채, 올해 5월 현재 2253채로 급격히 줄었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김병희 부회장은 “현재 부산에서 분양 중인 건설사는 대부분 서울 등 타지 업체들이며 부산 지역 건설업체의 분양 현장은 단 두 곳뿐”이라며 “350여 개 지역 건설사들은 손을 놓고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이들로부터 일을 하청받아 사업을 꾸리는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현장 일용직 등 줄어든 일자리와 자재업체, 장비 대여업체의 잠재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관급공사가 줄어든 것도 부산 지역 건설경기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관급공사는 9360여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140억 원에 비해 77% 수준으로 줄었다.



○ 간판업체 부도로 중소 건설사만 명맥

대구지역은 간판 건설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뒤 중소형 건설사들만 남아 ‘지역 건설업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청구와 우방 등 대구의 대형 건설업체들이 무너진 뒤 지금은 300여 개의 중소형 일반건설업체와 1000여 개의 전문건설업체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시공능력이 전국 100위 안에 들어가는 대구와 경북 업체는 화성산업과 포스코건설 등 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포스코건설은 본사가 서울에 있어 지역업체라고 하기 어려운 실정. 대구 건설업체들의 총 수주액도 2007년엔 3조 원 규모(전국 비중 2.7%)였으나 지난해는 2조1400억 원대(전국 비중 2%)로 크게 낮아졌다.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와 경북도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와 경북도회 등 대구와 경북지역의 4개 건설업 단체는 17일 4대강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주변에서 대형 국책사업이라도 벌어져야 건설시장 확대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강원도에서는 올해 1∼5월 건설업체 5곳이 부도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곳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 각종 지표로 나타나는 건설경기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따르면 올 1∼3월 건축허가 면적은 67만2000m²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9만9000m²에 비해 16%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건설 발주액이 33.8%(1조3824억 원→9157억 원), 레미콘 출하량이 43.4%(78만1000m³→44만2000m³) 줄었다.

대한건설협회 강원도회 신동준 부장은 “강원도의 경우 대형공사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업체들의 공사 참여율은 낮아졌다”며 “지난해 종합건설 740여 개 업체 중 10%가량은 수주액이 5억 원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강원도 김귀현 건설방재국장은 “지역 건설업체의 규모가 작아 외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부터 지역 건설업체 수주 지원 성과 등을 평가해 도와 시군의 우수 발주 부서를 포상하는 등 지역 업체의 자재와 장비, 인력이 현장에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나성엽 기자 cpu@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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