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라이프 스토리 ⑪ 김동진] 2004년 그날처럼 ‘그리스 신화’ 내 발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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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7시 00분


황금날개, 다시 한번 날아오르다  허정무호의 든든한 ‘믿을맨’ 김동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한 번 더 그리스를 침몰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황금날개, 다시 한번 날아오르다 허정무호의 든든한 ‘믿을맨’ 김동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한 번 더 그리스를 침몰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축구가 좋아 공을 끼고야 잠들었던 김동진…
개최국 그리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 첫 골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기억하는가…

■ 내 인생 8할은 축구

“매서운 눈빛과 열정…물건이네”
안양공고 감독 직감…스카우트

獨 월드컵 아드보 감독 전폭신임
최고의 윙백 러시아행 승승장구

■ 시련 그리고 부활
지난해 대표팀서 갑작스런 실신
소속팀 계약해지 통보 설상가상

울산으로 이적 후 강철체력 뽐내
김호곤 감독 “원정 16강 믿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 전에서 선제골을 넣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태극전사 주인공 김동진(28·울산 현대). 어린 시절 축구공이 옆에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인생의 8할을 축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자랐다. 김동진은 지난 해 10월 NFC에서 대표팀 소집 때 숙소 입구에서 갑작스럽게 실신, 충격을 주며 선수 생활의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고 2006독일월드컵에 이어 남아공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안양공고 시절부터 김동진을 지켜봐 온 김종필 감독(전 안양공고 감독, 현 홍익대 감독)을 통해 김동진을 알아본다.

● 축구가 하고 싶어 안양으로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난 김동진은 어린 시절부터 유독 축구를 좋아한 아이였다.

잠을 잘 때는 꼭 자신의 이름이 적힌 축구공을 안고 자야 했고, 학교에서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은 날도, 부모님께 꾸중을 들어 속상한 날도 늘 운동장에서 공을 찼다.

아들의 실력을 일찌감치 알았던 부모님은 아들을 축구부가 있는 안양중학교로 보내기 위해 안양으로 이사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그의 실력은 날로 향상됐고, 안양공고에 입학했다. 김종필 감독과의 첫 만남이다.

“녀석이 참 순하게 생겼다 싶었는데 눈빛이 매섭더라고요. 공을 차보라고 축구공을 패스해줬더니 공을 다루는 모습이 남달랐어요. 이미 개인기는 수준급이었고, 무엇보다 눈 속에 축구에 대한 열망이 보였어요. 속으로 ‘이 녀석 물건이구나’ 싶었죠.”(김 감독)

● 순진했던 김동진, 숙소를 이탈하다

평소 말수가 적은 그는 학교에서도 ‘축구 잘 하는 모범생’이었다. 혼낼 게 없을 정도로 훈련도 스스로 알아서했고, 동기들과도 잘 어울려 김 감독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같은 제자였다.

그런 김동진이 딱 한번 감독의 화를 돋운 사건이 있었다. 바로 강원도 집단 숙소 이탈 사건. 당시 선배들에게 단체로 혼이 난 김동진과 동기들은 숙소를 이탈해 도망을 갔고 연락까지 두절이 돼 김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가족들과 함께 수소문을 해보니 애들이 강원도에 있었어요. 그것도 예전에 팀 전체로 훈련을 갔던 강릉과 양양에. 녀석들이 갈 만한 곳이 없다보니 결국 거기에 가 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진이가 끝까지 말렸는데 결국은 동기들과 의리를 지키느라 같이 갔더라고요.”(김 감독)

● 대학 대신 프로를 택하다

안양공고 3학년 시절 주장으로서 우승을 이끌었던 김동진은 졸업 후 대학이 아닌 프로를 택했다. 당시 연세대 감독이던 김호곤 감독은 김동진을 연세대로 영입하고 싶어 몇 차례 안양을 찾았지만 그는 연세대가 아닌 안양LG 치타스에 입단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직업 군인이신 아버지와 몸이 아프셨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생계에 도움이 되는 길을 택했던 것.

김동진이 프로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던 2001년.

대장암으로 투병 생활을 해 오시던 어머니는 끝내 아들이 그라운드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모습을 보지 못하시고 눈을 감으셨다.

김 감독은 “어린 나이에 동진이가 참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꿋꿋하게 축구를 했다. 오히려 힘든 시간을 축구를 통해 위로 받고 또 이겨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가족에 대한 얘기를 잘 하지 않던 김동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성공 한 후 “아테네로 오기 전 2001년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묘소를 찾아 골을 넣겠다고 약속했다”며 어머니의 영전에 골의 영광을 바쳤다.

● 화려한 전성기, 그리고 시련

비가 온 후 땅은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김동진은 아테네올림픽 출전은 물론 2006독일월드컵에 출전하며 당시 딕 아드보카드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4년 선배 이영표에 가려 벤치를 지킨 적도 적지 않았지만 김동진은 선배의 플레이를 보며 더 큰 꿈을 키웠다. 결국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월드컵이 끝난 후 러시아 제니트로 향하면서 김동진을 선택했다. 그리고 2006년 러시아의 여름은 김동진에게 특별했다.

이적한 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의 일원이 됐고, 최고의 윙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성기를 지냈다. 하지만 제니트에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부임하면서 김동진의 용병 생활도 힘들어졌다. 그리고 2009년 10월, 대표팀 소집 도중 김동진은 갑작스럽게 실신해 주위를 놀라게 했고, 뇌혈류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단의 메디컬테스트에서 불합격하며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의 발에서 축구 역사는 다시 쓰여 진다.’ 시련을 딛고 인생의 두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 수비수 김동진. 사진은 5월 16일 에콰도르와 친선경기 모습. 스포츠동아DB
‘그의 발에서 축구 역사는 다시 쓰여 진다.’ 시련을 딛고 인생의 두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 수비수 김동진. 사진은 5월 16일 에콰도르와 친선경기 모습. 스포츠동아DB

● 김동진, 다시 날다

많은 팬들은 다시 그라운드에서 김동진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김동진은 “아프지 않다”며 일어났고 다시 날기 시작했다. 김동진의 또 다른 별명 ‘황금 날개’처럼 말이다.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동진이는 연속된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할 정도로 뛰어난 강철 체력을 소유한 왼발의 달인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사고 한번 제대로 칠 유망주”라고 평가했다.

비단 김호곤 감독뿐만이 아니다.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국민 모두 그리스전에 강한 김동진이 첫 경기에서 또 한번 선제골을 넣는 주인공이 되길 바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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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맨’ 김동진 성장앨범

① 어린 시절 축구공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② 축구공 하나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던 중학교 시절.
③ 1996년 제 1회 금강대기 전국 중·고 축구대회에서 안양중 대표 선수로 활약하던 김동진.
④ 2008년 러시아 제니트 소속 시절 UEFA(유럽축구연맹)컵 우승컵을 치켜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 김동진 프로필

생년월일=
1982년 1월29일
출생= 경기도 동두천
신체= 182cm, 74kg
소속팀= 울산 현대
포지션= DF
출신학교= 동두천초-안양중-안양공고
프로데뷔= 2000년 안양 LG 치타스
경력= 안양LG(2000∼2003), FC서울(2004∼2006), 러시아 제니트(2006∼2009), 울산 현대(2010.02∼)
A매치 출장= 61경기 2득점
A매치 데뷔= 2003.12.4 홍콩전(동아시아선수권)
A매치 첫 득점= 2004.12.19 독일전(친선전)
월드컵 출전 경험= 1회(2006년 독일월드컵)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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