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남성들이여, 여성의 ‘수다’를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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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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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미래 밝힐 ‘여성 감수성’

여성적 문화는 인류 문명의 희망이다.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여성적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DBR 자료 사진
여성적 문화는 인류 문명의 희망이다.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여성적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DBR 자료 사진
보통 사람들은 페미니즘이란 말을 들으면 순종적 여성과 달리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자기주장을 피력하는 여성, 남자처럼 당당하게 음주나 흡연을 즐기는 여성 등을 떠올릴 것 같다. 페미니즘은 이처럼 남성적 사회로부터 부당한 차별을 받는 여성적 삶을 폭로하며, 여성들에게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와 기회가 제공돼야 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여성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이는 이러한 통상적인 페미니즘 이미지를 거부했다. 평등이란 단어에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부정하는 논리가 숨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이라는 이념 속에서 평등이라는 잣대는 여전히 남성적일 수밖에 없다. 이리가레이는 여성이 남성적인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가 희미해지는 상황을 우려의 눈으로 쳐다봤다.

여성은 남성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인간의 몸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온갖 면역체계를 동원해 그것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여성은 거부 반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자기 안에 생명이 자라도록 허용한다. 대표적 예가 바로 ‘임신’이다. 이리가레이는 임신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통해, 여성들은 타자와 공존할 수 있고 차이를 견뎌낼 수 있는 여성적 감수성이 길러진다고 주장했다. 여성적 문화란 차이를 배제하고 억압하려는 남성적 문화와 달리 차이를 견디는 문화, 타자를 포용하는 문화다.

하지만 여성적 문화를 언어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감수성을 표현할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는 남성의 언어라는 게 그녀의 판단이다. 남성의 담화는 논리적이다. 하지만 삶의 중요한 요소들은 논리적인 언어로만 표현하기 어렵다. 탄생은 태어나지 않음과 태어남이 공존하는 경계를 거쳐야만 하고 사랑도 사랑하지 않음과 사랑이 공존하는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논리적인 언어로 이런 모순된 상황을 표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여성은 남성보다 수다스럽고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통념이 있다. 이는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남성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다 보니 여성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세하게 자신의 말을 다듬어 표현하게 된다. 타자와의 차이를 포용하는 감수성을 가진 여성은 상대방이 제대로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끼면 반복적으로 새로운 표현을 한다. 남자들은 이를 수다스러움이나 잔소리로 여긴다.

그렇지만 잊지 말자. 타자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이 없다면 새로운 단어를 찾아 집요하게 표현하려는 노력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분명 타자와의 공존과 소통이 가능한 사회나 문명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할 소망이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감수성을 배워야 하고,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윤리적 요구만은 아니다.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강신주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 contingent@naver.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4호(2010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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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은 하이테크마케팅그룹(HMG·회장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전문가들의 기고를 연재한다. HMG는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하이테크 마케팅 분야의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새로운 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교류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DBR 54호에서는 HMG가 제안하는 불황기의 혁신 추진 방법론을 소개한다. 혁신 투자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변화하는 고객 요구를 반영하는 ‘아웃사이드 인’ 혁신과 내부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인사이드 아웃’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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