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동해 해저지도 업데이트… 초정밀 매뉴얼 만들어 구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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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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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구조체계는
2000년 118명 사망사고후 선박침몰 대응 체제 구축
2005년 잠수함 사고때 매뉴얼따라 승조원 구조

30일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연구실에서 드미트리 카플루넨코 박사(오른쪽)와 알렉산드르 부레닌 박사가 러시아의 해난사고 구조 대응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30일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연구실에서 드미트리 카플루넨코 박사(오른쪽)와 알렉산드르 부레닌 박사가 러시아의 해난사고 구조 대응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1.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바렌츠 해 해저 108m. 러시아 공격용 핵 잠수함 K-141 쿠르스크호가 어뢰를 쏘는 훈련을 하다 폭발했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구조를 돕겠다고 나섰으나 러시아 군부는 ‘폭발 몇 분 이내 모두 죽었을 것’이라며 거부해 승무원 118명이 숨졌다. 당시 러시아 정부가 보안문제 때문에 서방의 구조 제의를 거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 2005년 8월 5일 북태평양 오호츠크 해. 승조원 7명을 태운 러시아 AS-28 소형 잠수함이 수심 190m 지점에서 그물에 걸렸다. 러시아 정부는 그물을 끊는 수중탐사선이 영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영국 정부는 곧바로 사고 현장에 수중탐사선을 보내 승조원들이 모두 구조됐다.

러시아 정부가 2000년 최악의 선박 침몰사고를 경험한 이후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5년 뒤 유사 사고에서 인명구조 효과를 본 사례라는 평가다. 30일 광주과학기술원에 교환연구원으로 온 러시아 학술원 산하 해양연구원 소속 드미트리 카플루넨코 박사(36)와 알렉산드르 부레닌 박사(29)를 만나 러시아 해난구조체계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카플루넨코 박사는 “러시아 긴급재난대책부는 2000년 쿠르스크호 사고 이후 정밀한 해난구조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선박이나 잠수함 승선 인원에 따른 침몰 대응 조치와 외국과의 사고 정보 공유, 각종 해양 구난 장비 제공 방식을 시스템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매뉴얼을 2005년 사고 때 적용해 사흘 만에 승조원 7명을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는 “백령도 해역인 서해는 조류가 세고 바닷물이 흐려 러시아 잠수함 승조원들을 구조한 오호츠크 해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 해역 특성에 맞는 해난구조 대응 매뉴얼을 섬세하게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카플루넨코 박사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3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발사고 당시 초기에는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나중에 나온 블랙박스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다”며 “군함에도 비행기 블랙박스에 해당되는 장비를 설치해 사고가 생겼을 경우 구조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레닌 박사는 정밀한 해저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음향탐지기(Sonar)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저지도가 정확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30년 전부터 정밀한 동해 해저지도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도 천안함 침몰 뉴스를 연일 다루고 있다”며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 형태나 침몰된 시간 등을 감안하면 기뢰 폭발에 의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6·25전쟁 당시 설치된 북한 기뢰 폭발에 의해 침몰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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