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김승유회장, 의장 겸임 고수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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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모범규준’ 오늘 시행… 은행 지배구조 지각변동 예고
사외이사 10여명 교체될 듯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출 과정에서 촉발된 사외이사제도 개편 작업의 불똥이 신한 우리 하나 등 다른 은행에까지 튀고 있다. 26일부터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시행됨에 따라 전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의 지배구조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우선 3월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 및 은행의 상당수 사외이사들이 물갈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매년 사외이사의 5분의 1을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또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속 5년을 초과해 재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KB,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 4개 은행지주사와 산하 4개 은행의 사외이사 62명 가운데 10여 명이 임기와 겸직 제한 등의 규정에 걸려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제 모범규준의 적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3월에 임기가 끝나거나 자격 논란에 휩싸인 사외이사 2,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힐지 주목된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7일 이사회에서 모범규준의 의미와 현행 제도와의 차이점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당장 사외이사들의 거취문제를 결정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이사회 개편 방안을 실무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뒤 다음 달 이사회에서 규정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회장(CEO)이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는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는 의장직 겸임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새 모범규준은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원칙적으로 분리하되 겸직할 경우 ‘선임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을 견제하도록 했다.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경영진이 가급적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모범규준의 취지”라며 “불가피하게 겸직할 경우 이를 공시해 시장의 견제와 평가를 받도록 하고 이사회 회의도 선임 사외이사가 주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팔성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 자격으로 견제를 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특별히 지배구조 개편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반면 김승유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한 뒤 2005년 회장에 올라 14년째 CEO를 맡고 있으며 라응찬 회장은 20년째 신한금융그룹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도 은행장을 거쳐 8년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신한과 하나금융지주는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의 구체적인 방안을 다른 은행의 움직임과 여론의 추이를 살펴 정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모범규준 도입 이후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 어려운 사유를 공시하고 유예를 받는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다 보면 결국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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