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고폭탄 장전 뒤 포 안에서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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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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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 국방과학硏 폭발 사고
탄두부분 신관 폭발 추정
“터지는 순간 죽었다 생각”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뻥하고 터지면서 불꽃이 일어나고 파편이 튀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국방과학연구소(ADD) 기술기사인 권상욱 씨(28)는 악몽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권 씨는 이날 국방과학연구소 총포탄약시험장(다락대시험장)에서 사고가 난 직후 경기 포천에서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안면에 화상을 입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권 씨는 “폭발이 일어나고 정신이 없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살아있더라. 다들 쓰러져 있고 아수라장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눈 깜빡하는 동안 폭발하고 다들 쓰러졌다. 끔찍하고 바로 오늘 일어난 일인데 정말 기억도 하기 싫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실험 절차라든가 하는 것은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했고 포탄의 문제였다. 5번째 쏠 때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정기창 씨(40)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계약직으로 포탄을 운반하고 장전하는 일을 하는 기능원 보조업무를 맡았다가 변을 당했다. 정 씨는 고폭탄(TNT가 들어간 폭탄)이 터지면서 흉복부에 파편이 박혀 사망했다. 중상자인 공병창 씨(31)와 김면웅 씨(36)는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각각 양쪽 팔 봉합 및 전신 파편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공 씨는 얼굴 전체에 2도 화상을 입었고 폭발 순간 열상을 들이마셔 기도에까지 화상을 입었다. 김 씨는 3시간 넘게 이어진 파편 제거 수술에서 32개의 파편을 빼냈다. 경상자인 황종호 씨(42)와 임창길 씨(48)는 포천의료원에서 가볍게 치료만 받고 돌아갔다. 사고 현장에는 연구소 직원, 국방기술품질원, 업체 관계자 등 모두 15명이 있었지만 포신 근처에 있던 6명만 다쳤다.

방위사업청은 폭발사고의 원인을 고폭탄 속의 신관이 발사 전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관은 탄두에 위치해 표적에 충돌하는 순간 또는 충돌 후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작동해 폭발을 일으키는 부위다. 방위사업청은 “6번째 고폭탄을 장착한 다음 포신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포탄 발사시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안전모와 안전화, 방탄복 등을 착용해야 하지만 이날 사고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소방관들은 “사상자들이 별다른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연천소방서 백의지역대 이명철 소방교(48)는 “포 주위에 쓰러져 있던 3명은 안전모나 방탄조끼 등을 입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천=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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