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빵 하나하나 마다 장애인의 꿈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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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12일 강원 춘천시 효자동에 문을 연 나눔나무 베이커리에서 장애인 조리사들과 운영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인모 기자
12일 강원 춘천시 효자동에 문을 연 나눔나무 베이커리에서 장애인 조리사들과 운영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인모 기자

제빵기술 습득 장애인 8명
춘천시에 ‘베이커리’ 열어


“우리들의 희망이 담긴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어요.”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21∼35세 장애인 8명이 12일 강원 춘천시 효자동 팔호광장 인근에 ‘나눔나무 베이커리’를 열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남양동산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빵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10월. 홍순희 씨(31·여)가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3개월간의 제과제빵 자격증 과정을 수료하면서부터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장애인들도 제과제빵 배우기에 나섰고 급기야 2007년 1월 남양동산에 제과제빵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빵 만들기에 들어갔다. 2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빵 만드는 데는 모두 선수가 됐지만 이들 모두 지적 장애인이라 제과제빵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없다. 실기시험은 문제가 없지만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도하고 나눔나무베이커리 운영에도 함께 참여하는 남양동산 이성희 팀장(32·여)은 “이들이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까지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들었다”며 “빵을 통해 이들과 비장애인들 사이에 진실된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눔나무베이커리 개업에는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공동모금회는 올해 장애인직업재활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남양동산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전세 지원금, 기능보강비,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8000만 원을 지원했고 추후 2000만 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이 제과점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운영경비를 제외하고 전액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2007년 전국지적장애인제과기능대회에서 케이크 데커레이션 부문 아이디어상을 수상한 홍순희 씨는 “팥빵 만들기가 가장 쉽다”며 “돈을 많이 벌면 시설에서 나가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개업식에서는 조리사 복장을 한 장애인 근로자 8명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빵과 쿠키 시식회도 열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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