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감기 증상 이틀만에 사망… “바이러스 강해졌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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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했던 탤런트 이광기씨 아들 숨지자 학부모 불안
전문가 “일교차 큰 요즘 위험… 타미플루 신속 복용을”


탤런트 이광기 씨(40)의 아들 석규 군(7)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돼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부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 씨 아들 사망 소식을 듣고 나니 도저히 남의 얘기 같지 않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평소 건강했던 이 군이 사망한 데에는 타미플루 투약 시기를 놓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군은 6일 목이 아프고 기운이 없는 등 신종 플루 증상으로 동네 의원을 찾았으나 목감기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7일 오전 다른 동네의원에서 폐렴이나 신종 플루는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고 다만 상태가 나빠질 때를 대비해 타미플루를 처방받았으나 복용하지는 않았다.

이 군은 7일 오후 7시경 호흡이 가빠지는 등 상태가 나빠지자 일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반나절 만에 중증으로 악화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 군은 이미 신종 플루에 감염돼 있었고 이로 인한 폐렴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산병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와 RT-PCR 검사를 동시에 실시했는데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군이 계속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병원은 오후 10시 타미플루를 처방했으나 아이가 계속 토해내는 바람에 제대로 투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8일 오전 3시 호흡곤란으로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응급치료와 함께 타미플루를 녹여 강제 투약했지만 오전 9시 49분 사망했다. 사인은 ‘신종 플루로 인한 폐렴 및 심근염’이었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폐와 심장을 공격해 갑작스럽게 숨진 것이다. 기존 신종 플루 사망자들이 심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라는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군은 8일 오후 나온 RT-PCR 검사 결과에서 신속항원검사 때와는 달리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군은 59개월 이하 소아도 아니고 당초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도 앓지 않아 ‘고위험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증상이 나타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이 군의 경우처럼 최근 신종 플루 사망자들의 감염부터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져 바이러스가 더욱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9일 보건복지가족부 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10월 30일∼11월 3일 신종 플루 사망사례 8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첫 증상 발현 후 사망까지 이른 기간이 4일 이내인 사례가 4건, 5일 2건, 9일 1건이었고 나머지 1건은 첫 증상 발현이 불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사망한 호남지역 3세 남아도 지난달 28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 뒤 의료진이 손을 써 볼 틈도 없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하절기 사망자들이 증상이 나타나고 10일 안에 사망했던 것에 비하면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낮밤의 기온 차가 심해지면서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센터장은 9일 “요즘처럼 바이러스 활동성이 왕성한 시기에는 즉각 병원을 찾아 항바이러스제를 선제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는 7일 병원에서 타미플루 처방을 받았지만 부작용이 걱정되는 데다 아이가 복용을 거부해 억지로 먹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건강한 어린이의 소아 사망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부분의 어린이는 곧바로 치유되지만 평소 만성질환을 가진 일부 어린이들은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부모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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