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현미경에 맞서는 KIA 전략SK는 상대팀 중심타선을 철저히 분석해 꽁꽁 묶는다. 이른바 ‘현미경 야구’로까지 표현되는 분석야구. 한 시즌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대 팀 주축 선수들의 장단점을 하나부터 열까지 파악한 뒤 투수들이 실전에서 이를 적용한다.
김성근 감독이 SK에 취임한 이후 현미경 야구는 단기전 SK의 가장 큰 무기가 됐고 한국시리즈 2연패의 밑바탕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김현수에 이어 올해는 준플레이오프 MVP 김동주가 이 현미경 야구에 쓰러졌다. 김동주의 플레이오프 성적은 16타수 1안타였다.
SK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KIA 조범현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최희섭과 김상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희섭과 김상현은 SK 현미경 야구의 표적이다. KIA는 과연 SK의 현미경 야구에 어떻게 맞설까?
○삼진당해도 좋다
KIA 페넌트레이스 1위의 숨은 공신 황병일 타격코치는 SK의 분석야구에 대해 “어쩔 수 없다.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 코치는 이어“아무런 대응책이 없지만 그 점이 바로 대응책이다”고 말했다.
KIA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삼진을 당해도 좋다. 말려들지만 말아라”다.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삼진이나 범타를 당해도 되지만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려다 타격 페이스까지 무너지지 말라는 주문이다.
○최희섭과 김상현은 1·2번 테이블세터
황 코치는 “4, 5번 최희섭과 김상현에게 좋은 공을 던질 리 없다. 차라리 기다리면 더 많이 출루할 수 있다. 역으로 4, 5번이 자주 출루해 실질적인 테이블세터 역할을 해주고 그 다음 타자가 중심타자 역할을 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희섭과 김상현이 철저히 분석하고 들어오는 SK 투수들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맞서다 무너지지 말고 참고 기다려 출루하면 타순에 따라 이종범, 장성호, 나지완 등 후속타자들이 타점을 올린다는 역발상이다.
○현미경에 맞서는 현미경 그리고 실투싸움
황 코치는 “우리가 철저히 분석당해도 좋다. 우리도 상대를 철저히 분석했다. 사실 투수는 우리가 앞선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의 수제자라 데이터와 상대분석에 능한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IA인 만큼 현미경 야구도 SK만큼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다. KIA 전력팀은 플레이오프를 문학과 잠실에서 관전하며 SK타자들의 공략법을 철저히 연구했다.
○이종범의 역할
KIA는 어차피 에이스가 총 출동하는 한국시리즈인 만큼 정규시즌처럼 최희섭이나 김상현의 홈런으로 SK를 쉽게 압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양한 작전과 전술구사로 차근차근 득점을 올리고 막강한 투수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해 승리한다는 공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종범이 있다. 황 코치는 “수비싸움이다. 에이스가 맞서고 서로 대비를 철저히 했다면 수비에서 갈린다. 그만큼 외야에서 이종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타를 안타로 막으며 대량실점 위기를 차단하는 역할에서 외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이종범이 승부의 키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