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호이어, 한국 시장서 급성장 주목”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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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세계 최대 단독매장 연 바뱅 회장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의 최고경영자(CEO) 장크리스토프 바뱅 회장(사진)이 24일 악수를 건넸다. 내부의 톱니바퀴가 들여다보이는 손목시계도 그랬지만 다리가 빨간색인 고글형 안경은 참으로 감각적이었다. “아, 이 안경요? 당연히 태그호이어 제품이죠. 지난해 세계 매출액(약 1조1033억 원)에서 안경 비중이 10%였어요. 이젠 옷과 지갑 등 여러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비중을 높일 겁니다.”

그가 방한한 건 이날 태그호이어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입점한 매장만 있었다. 청담동 매장은 세계 88개 단독 매장 중 최대 규모(598m²·약 181평)로, 골프 퍼트연습장과 애프터서비스(AS) 센터도 갖췄다. “금융위기 여파로 올 상반기 실적이 저조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전년 대비 47% 성장했습니다. 엔화 강세로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쇼핑을 했고, 내수시장이 비교적 덜 흔들렸기 때문이죠. 내년 전남 영암군에서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이 열릴 때 한정판 제품도 내놓을 겁니다.”

태그호이어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평균 제품 판매가격이 90만 원 미만으로 ‘라도’ ‘론진’과 같은 카테고리였다. 하지만 1999년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한 뒤 평균 제품 판매가를 250만 원으로 높였다.

“럭셔리 그룹의 ‘우산 효과’는 강력합니다. 태그호이어 시계 고객은 역시 LVMH 브랜드인 지방시 향수를 뿌리고 동 페리뇽 샴페인을 마시니까요. 우린 결국 같은 고객을 공유합니다.” 세계 시계 시장에서 태그호이어의 위상은 1980년대 40위권에서 2005년 롤렉스, 카르티에, 오메가의 뒤를 잇는 4위로 껑충 뛰었다.

바뱅 회장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는 정교함을 내세운 ‘모나코 V4’였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저토록 복잡한 아날로그 크로노그래프(시간 계측 장치) 기능은 왜 필요한 걸까. “사실 이 기능을 실제로 사용하는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혁신할 겁니다. 금융위기가 풀리면 사람들은 언제 힘들었냐는 듯 다시 지갑을 열 테니까요. 위기 이후 사람들은 품질에 가치를 둘 게 분명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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