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혜실]강변 문화콘텐츠 엮으면 국토가치도 껑충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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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강변을 따라 이뤄졌다. 강물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식수원과 농사의 필수자원이었으며 강을 따라 도시와 마을이 생겨났다. 강은 바다로 흘러나가 외국과 이어지는 통로가 됐다. 그 중심에서 문명이 탄생하고 서로 소통하며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리하여 강변을 따라 쌓인 시간의 켜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문화가 묻어있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최근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강변에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성되고 있다. 영상성이 증대되는 이 시대에 현대인은 가상세계의 놀이성, 감각적 속성을 현실 공간에 적용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즐겼던 캐릭터와 이야기를 현실에서도 체험하고 즐기고 싶어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공간, 예술 공연 및 감상방식과 상품 판매 및 구매방식이 일치하는, 공연장과 시장의 개념이 해체, 통합되는 21세기 공간에서 생활 속에서의 즐김은 곧 고도의 부가가치로 환원된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장소를 물리적 공간으로 생각할 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각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장소에 얽힌 역사와 기억,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경관 경험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는 방식이 관광의 중요 요소로 등장하게 됐다. 즉, 생활의 과정이 문화향유로 승화되는 공간, 삶을 즐기는 방식이 관광자원이 되는 공간이 21세기 주요 산업으로 각광받게 됐다.

강변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역사문화 자원이 즐비하다. 유역별로 특화된 문화유적을 정비하여 문화정체성을 회복한다. 전통 마을 숲이나 전통가옥을 복원하고 문화권별 역사, 문화, 음식, 인물, 축제를 발굴하여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등 문화콘텐츠를 공간 속에 배열한다. 여기에 문학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공간도 빠질 수 없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서나 상상했던 체험이 나 자신에 의해 재연되는 환상의 공간이 빼어난 경관을 배경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아니 생태환경 자체도 좋다. 자연 속에서 느리게 걷는, 아니 자연 자체가 되어버리는 웰빙 체험 또한 생태환경 트레일로 개발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의 일종이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가상공간의 이야기를 현실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실제 공간에 가상세계의 현실감을 증강시키는 데 긴요한 기술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은 모바일폰의 영상 문자 음성 서비스를 통해 지금 여기 자신이 위치해 있는 장소의 영혼을 만난다. 이제 현실공간은 정보기술(IT)에 의해 증강되어 마술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가득 찬다. 공업단지나 도심의 스토리텔링은 더 복합적이다. 생산과 향유, 소비가 일치하는 공간, 상품을 생산하고 구매하며 소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즐거움을 활용하여 패션 등 특산물이 만들어내는 축제의 공간이 우리를 반기게 된다.

강변을 따라 놓이는 콘텐츠는 크루즈 유람이나 자전거길, 도보길을 통해 하나의 공간적 이야기 라인을 형성한다. 사람들은 자전거나 크루즈의 움직임을 따라 매순간 획득된 오감적 경험을 시간의 축에 따라 배열하고 이들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머릿속에서 종합하면서 총체적인 의미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21세기형 이야기 체험이다.

전 국토의 문화콘텐츠화는 이미지 없는 나라 한국에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부여한다. 고요한 아침 나라였던 한국은 역동적인, 혹은 낭만적인, 혹은 신비한 등등의 형용사로 세계인을 감명시킬 것이며 이 이미지는 한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문화 신소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최혜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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