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한국 드라마, 수출국 배급사 선택 잘못해 큰 돈 못벌어”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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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월드와이드의 조이스 양 부사장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역량을 지닌 배급사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해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훈석 기자 최훈석 기자 ☞ 사진 더 보기
▲BBC 월드와이드의 조이스 양 부사장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역량을 지닌 배급사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해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훈석 기자 최훈석 기자 ☞ 사진 더 보기
BBC 월드와이드 조이스 양 부사장

“한국 드라마, 영화, 음반 등이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큰돈을 벌지 못한 이유는 현지 배급사를 잘못 택했기 때문입니다. BBC 월드와이드가 ‘대장금’을 배급했더라면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BBC 월드와이드의 조이스 양 아시아 세일즈·배급 담당 부사장은 한국 미디어 기업에 배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BBC 월드와이드는 유럽 최대 TV 프로그램 수출업체로 영국 공영방송 BBC가 상업적 목적을 위해 1995년 설립한 자회사다. ‘2009 국제 방송영상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양 부사장은 8일 동아비즈니스리뷰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업체와의 제휴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방송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콘텐츠 판매업자에게 최고의 시장이다. 최근 몇 년간 DMB, 인터넷TV, 위성방송처럼 여러 형태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생긴 시장은 한국이 유일하다. 게다가 한국의 케이블TV 보급률은 8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이 정도 보급률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대만 정도지만 한국은 대만보다 인구가 훨씬 많다. 또 한국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면서도 미국 드라마와 같은 해외 콘텐츠에도 매우 개방적이다.”

―2008년 7월부터 한국에서 ‘닥터후’ ‘로빈후드’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현재까지의 성과에 만족하나.

“현재 한국에서 인기 있는 10대 영국 콘텐츠 중 4개가 우리 콘텐츠다. 영국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보다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몇몇 미국 드라마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매출 면에서도 이미 한국은 일본에 이어 BBC 월드와이드 아시아의 2대 시장이다. KBS, EBS, Q채널 등 현재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는 채널 외에도 조만간 추가로 다른 케이블업체와 계약을 맺을 것 같다.”

―한국 업체와의 콘텐츠 공동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는 단순히 BBC의 콘텐츠만을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한국 업체와의 제휴를 원한다. 잘 알려진 대로 뉴스, 자연사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BBC 콘텐츠의 질은 세계 최고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 CCTV의 자회사인 CTV와 야생동물 보호프로그램 ‘와일드 차이나(Wild China)’를 공동 제작했다. CCTV와 제휴한 덕에 우리는 정부 허가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판다 서식지 등을 촬영할 수 있었다. CCTV는 우리의 다양한 배급망 덕에 이 프로그램을 세계 여러 곳에 판매했다. 베이징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이 프로그램은 18개월 만에 세계 50개국에 팔렸다.”

―아시아를 강타한 한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드물다.

“한국 드라마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나 의상, 무대소품 등도 세밀하고 세련됐다. 특히 세계 어느 시장에 가도 주부계층을 공략할 수 있다. 확실한 목표 고객이 있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돈을 벌지 못한 것은 현지 배급사를 잘못 택했기 때문이다. 배급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규모가 작은 회사, 신뢰할 수 없는 회사와 계약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BBC 월드와이드가 ‘대장금’이나 ‘겨울연가’를 배급했더라면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디지털 콘텐츠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온라인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른 나라 소비자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BBC 월드와이드의 목표는 현재 7% 내외인 온라인 부문 매출을 5년 안에 1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무료로 내려받게 만든 후 광고를 유치하는 게 거의 유일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아이튠스, 유튜브, 마이스페이스닷컴 등 새로운 채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결국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적절한 가격에, 어떤 새로운 채널에 판매하느냐가 관건이다.”

조이스 양 부사장은

조이스 양은 홍콩 출신으로 홍콩대를 졸업하고, 부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텔레비전(BVITV), NBC 유니버설 등에서 15년 넘게 세일즈 담당자로 근무했다. 2007년 3월 BBC 월드와이드에 합류한 후 텔레비전, DVD, 디지털 플랫폼, 포맷 라이선싱 등 BBC 월드와이드의 다양한 콘텐츠 배급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1호(2009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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