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출구전략’ 논란 많은데 어떤 의미인가요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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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Exit Strategy)이라는 단어가 최근 신문에 많이 나옵니다. 어떤 의미인지, 왜 중요한지 알고 싶어요.》

경기 부양 위한 각종 비상조치 원상복구
타이밍 빠르면 ‘더블딥’ 늦으면 ‘버블’ 우려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원래 군사용어입니다. 197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철수할 때 병력과 물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빠져나오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이를 ‘출구전략’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회복기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하는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각국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습니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6개월 만에 2%로 낮췄고 사상 최대 규모인 28조9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죠. 미국도 연방기금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인 0∼0.25%로 내리는 극약처방을 썼습니다. 다른 나라도 은행 국유화, 소비쿠폰 지급 등 평소라면 상상하기 힘든 정책을 대거 쏟아냈죠.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고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소비를 살리고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하니 이를 위해 내린 조치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급격히 악화됐던 경제가 최근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경제위기 과정에서 쏟아냈던 비상조치를 조금씩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원래 경제학 용어가 아닌 만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출구전략’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금리, 재정, 기타 비상조치의 정상화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전문가 중에는 금리를 올리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 정책 기조의 변화만을 ‘출구전략’으로 한정해 불러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 외의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것까지 출구전략에 포함시키면 일부 정책의 변화를 두고 경제주체들이 당장 금리가 오르고 돈줄이 마르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통화(금리) 및 재정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타이밍’입니다. 출구전략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경기가 둔화되자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1988년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갔는데도 금리를 올리지 않아 결국 부동산 버블을 키웠죠. 반면 미국은 대공황 당시 경기침체가 끝난 줄 알고 출구전략을 빨리 썼다가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을 경험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2.6% 성장하는 등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주가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칫 자산거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죠.

하지만 위험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지금 출구전략을 실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아직은 더 많습니다.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데다 해외 수요가 회복되기 전에는 수출도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7월 신규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7만6000명 줄어드는 등 고용 상황도 아직 좋지 않습니다.

정부도 자칫 지금 돈줄을 죄었다가는 간신히 살린 회복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입니다. 최근 발표한 ‘2010년 예산안 편성방향’에서도 경기 활력을 북돋기 위해 당분간 적극적인 재정 계획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죠.

출구전략을 쓸 때는 국가 간 공조도 중요합니다. 한 국가만 금리를 올리면 국제 자본이 몰리면서 자산거품이 커지고 다른 나라의 경제회복 노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국 장관들은 당분간 확장적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유지하되 필요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및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지원을 받아 협력적이고 공조된 출구전략을 마련한다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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