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주가 뛸수록 ‘안 좋은 시나리오’도 대비하자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1,600 선에 도달했다. 13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해 가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거품이 끼어 곧 터질 것이란 우려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주가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물론 리먼 사태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투자자 편에서 볼 때 지금은 그때보다 증시 여건이 훨씬 좋다. 무엇보다 금리가 낮다. 금리가 낮으니 주식을 보유할 때 앞으로 얻게 될 현금흐름의 가치가 높아졌다. 또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고수익자산 투자 비중을 높일 만한 환경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 우량기업들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고환율 효과나 자동차 구입에 대한 보조정책, 인건비 절감 등 일회성 요인들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거두고 있는 일련의 성공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이제 숨을 가다듬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안 좋은 시나리오들을 짚어보자.

첫째,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글로벌 통화·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수지와 물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장은 낮아지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둘째,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노르웨이 호주 등에서도 인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 유럽 등 금융위기로 가계 부실이 심각한 지역의 정책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것이다. 하지만 가계 부실이 덜한 상황임에도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자산가격 상승과 경기회복을 달성한 나라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는 나라들은 금리인상 요인이 커졌다.

셋째, 환율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고 외국인들이 느끼는 국내 자산의 투자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락을 방치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달러 유입이 지속된다면 환율은 앞으로도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기업 수익이 양호하며 글로벌 경기의 바닥 신호도 나타나고 있어 당장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에서 점검을 필요로 하는 신호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한발 물러서서 주변 여건을 둘러봐야 할 때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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