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기 소르망]여수 엑스포 새 비전 제시를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3분


2012년 한국은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여수 엑스포는 개념이 잘 잡히고 한국이 열심히 준비한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못지않은 중요한 행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이유는 한국민의 무관심과 계획의 모호함 때문이다. 이 엑스포가 과학의 새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될지 그저 환경론의 유행에 가담하는 것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한편으로 여수 엑스포는 해양자원 개발을 위한 과학적 프로젝트, 즉 경제 자원과 에너지원으로서 바다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가 실현만 된다면 세계의 흥미를 끌고 한국의 위상에도 잘 맞아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한국이 조선업으로 세계를 정복한 후 아직 남아 있는 자원인 해양을 개척하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으로 여긴다.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 외에 기술혁신에 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한국이 따내는 연간 특허권의 수는 중국 인도 러시아보다 많다. 여수 엑스포는 한국의 앞선 위치를 지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목적에 연구자가 참여하고 여론이 열정을 보여야 한다. 여수 엑스포는 경제위기로부터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혁신임을 강조해야 한다.

전략을 잘 마련하는 것은 여수 엑스포가 상하이 엑스포 이후 고작 2년 후에 열린다는 점 때문에 더 필요하다. 큰 볼거리가 될 상하이 엑스포는 2008년 올림픽처럼 중국 정부에 영광을 안겨줄 것임에 분명하다. 여수 엑스포로서는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차이는 과학과 인식의 영역, 혁신과 성장의 관계에서 보여줄 수 있다.

여수 엑스포가 과연 이런 길을 갈 것인가. 여수 엑스포 조직위가 배포한 자료는 마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초안을 작성한 것 같다. 자료에는 미국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환경론자의 모든 정치적 주장이 담겨 있다. 나는 여수 엑스포의 공식문서 속에서 ‘산업화의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최후의 투쟁 같은 문구를 읽는다. 기후변화가 불안을 야기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변화의 범위와 원인에 대한 보편적 합의는 없다. 과연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것인가. 그것은 혹시 지난 수세기 동안 규칙적으로 발생한 자연적 기후변화는 아닌가. 우리는 과학적 태도와 합리성이나 경험적 검증에 근거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구별해야 한다. 여수 엑스포가 극단적 생태주의 편에 선다면 이를 자국 경제발전 전략의 공격으로 여기는 미국 유럽 중국 인도가 행사를 보이콧할 것이고 결국 호전적 환경론자의 관심이나 끄는 주변 행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생태론적 이데올로기가 오늘날만큼 2012년에도 유행할 것인가. 우리는 북극의 얼음이 다시 얼어 12년 전 수준을 회복했음을 알고 있다. 기후는 더워지는가 추워지는가. 어느 쪽이라고 확신할 수 없고 그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현재로선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데올로기적 가정일 뿐이다.

우리는 수십억의 인류를 빈곤에서 구한 산업화에서 돌연 벗어날 수 없다. 전 지구적 단계에서 이런 해방은 아직 요원하다. 기후 변화와 미래 에너지에 대한 걱정이 여수 엑스포 조직위에는 오히려 과학 혁신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여수 엑스포를 대재앙(doomsday)형의 생태학적 수사에서 구해내 한국인의 지성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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