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정 소란’ ‘재판 방해’ 용납해선 안 된다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용산 재개발 현장 농성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을 숨지게 하거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에 대한 재판이 그제 3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일부 방청객의 소란으로 법정이 아수라장이 됐다. 변호인단이 검찰의 수사기록 미공개를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거부하자 반발해 퇴정한 뒤 방청객들이 재판부와 검사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소란을 피워 재판이 중단됐다. 법정 소란은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중대 범죄로 용납돼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는 불법 폭력으로 세상을 바꿔보려는 생각인지, 사법절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폭행하고 법정에서도 난동을 부리는 세력이 있다. 광고주들을 상대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주요 신문에 광고를 못하도록 협박한 이른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회원들은 지난달 공판 과정에서 광고주 측 증인을 협박하고 폭행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다. 법정 증인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 심지어 2006년 12월 ‘일심회’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 때는 간첩 혐의자들이 방청객 및 변호인단과 합세해 법정을 이념 투쟁과 시위의 장소로 악용한 경우도 있었다.

판사들이 법정 소란과 재판 방해에 대해 엄정한 처분을 내려야만 법정의 권위와 질서를 지킬 수 있다. 그제 용산 사건 법정 소란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 공판부터 재판을 방해하는 사람을 잡아내기 위한 채증작업을 벌이거나 방청객이 소수로 제한된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소란과 재판 방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 법정 질서가 바로 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법원과 재판장의 권위와 법정 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는 법정 모욕으로 규정해 엄벌하고 있다. 언소주의 광고주 측 증인 협박 폭행사건 당시 재판부는 실형 선고의 이유로 “이들의 행위는 사법부의 재판을 방해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정 소란으로 재판을 방해한 사람들을 반드시 가려내 법적 책임을 묻는 조치가 뒤따라야 재판의 권위가 유지될 수 있다. 질서 있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면 법치주의는 요원한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