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증권사 CEO의 글로벌 IB ‘드라이브’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삼성증권 사장 블룸버그 인터뷰
IB 후발주자로 인지도홍보 힘써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국내에서 대학을 나왔고 장기간 해외근무를 한 적이 없는 순수 국내파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이런 박 사장이 17일 홍콩 블룸버그통신의 ‘모닝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약 8분간 영어로 생방송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삼성증권 홍콩 아시아법인에 리서치센터와 투자은행(IB) 파트를 설치하며 법인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계기였습니다. 박 사장은 홍콩으로 출발하기 전 예상 질문과 강조해야 할 사항들을 뽑아서 리허설까지 했다고 합니다. 방송에 출연한 박 사장은 ‘네이티브’ 발음은 아니었지만 논리적이고 깔끔한 설명으로 삼성증권의 5년 뒤 목표, 중국시장 진출 전략,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영어에 상당한 부담을 가진 박 사장이 세계적인 언론사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 ‘모험’을 감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 여건이 혼란스러운 상황인데도 홍콩 아시아법인의 개편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1억 달러나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또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에서 ‘삼성 브랜드’는 아직까지 해외에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인 홍콩에서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IB들과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후발주자의 CEO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삼성증권 외에도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 증권사들의 ‘글로벌 IB 성장전략’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자 그동안 몸 사리기에 급급했던 증권사들이 다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죠. 그러나 놀랍게도(?) 정작 글로벌 IB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갖춘 회사는 드뭅니다. 당장 해외에 리서치센터를 갖추고 있는 회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세 곳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인 해외 리서치센터 설치 계획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거의 없습니다.

증권사의 핵심 역량인 리서치 부문에서조차 해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안 하는 상황에서 과연 글로벌 IB로 도약한다는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한국 증권사들의 글로벌 IB 도약이 구호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홍콩 현지 블룸버그통신의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하는 한국의 증권사 CEO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세형 경제부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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