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정재승 소설 ‘눈 먼 시계공’]<158>

  • 입력 2009년 8월 13일 15시 16분


[배틀원의 끝자락]

화려한 불꽃과 나노 플래쉬들이 무대 허공을 가르면서 축하공연이 시작됐다. '배틀원 2049'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파티답게, 오프닝은 보스톤 필- MIT 브레인 오페라가 맡았다. 그들이 축하공연의 문을 열면서 연주한 곡은 엘튼 존의 'Sacrifice.' 감미로운 원곡이 기계적으로 합성된 엘튼 존의 목소리와 함께 웅장하게 편곡됐다.

토드 메코버와 그의 MIT 동료들은 1996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음악 공연을 기획하고 '브레인 오페라(Brain Opera)'라는 이름을 붙였다. 온라인상의 참가자들과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함께 연주를 만든다는 발상은 지난 50년간 MIT 미디어랩의 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해 나갔다.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춰 악기들이 스스로 연주를 하고, 객석 의자가 관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오케스트라단에 보내면서 그에 맞춰 연주색깔이 바뀌도록 만들었다. 관객과 악단이 함께 만들고 경험하는 음악 공연. 그야말로 파격적인 연주였다.

역사와 전통의 보스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이지 오자와 등 걸출한 지휘자들을 맞이하면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으나, 2020년부터 제 색깔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2027년 샌프란시스코의 테크노 클럽에서 뇌파 음악공연을 하던 아방가르드 음악가 로렌스 레비틴을 지휘자로 맞으면서 '연주자들이 자신의 뇌파음악과 함께 협주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오케스트라로 탄생하면서 단번에 세계 음악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들은 베토벤이나 브람스, 말러 등의 클래식한 레퍼토리를 최첨단 뇌파음악과의 협주 형태로 편곡해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왔다.

2037년 브레인 오페라 팀과 보스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손을 잡고, 매년 10여 차례 정도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협연을 했는데, '배틀원 2049' 운영위원회가 일찌감치 2049년 여름을 예약해 두었다. 머리(뇌파)와 손이 함께 연주하고, 로봇과 인간이 함께 음악을 만들고, 무대와 객석이 함께 공연을 완성하는 경이로운 체험. 그날 그 자리에 모인 VVIP들은 연신 박수를 치며 그들의 연주에 환호했다.

클래식컬한 연주가 끝나자, 뒤이어 나온 배우이자 가수 한은정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그녀는 쉰다섯 살, 배우 생활의 내리막길에서 '사이보그 가수'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녀는 무대에 올라 멋진 목소리로 'Fly me to the Moon'을 부른 뒤, 몇 마디 인사를 건넸다.

"글라슈트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다들 오늘 멋지시네요."

연미복에 나비넥타이까지 한 꺽다리 세렝게티와 뚱보 보르헤스도 환하게 웃었다.

"저는 일찍부터 서울특별시의 과학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로봇기술은 제 존재 자체로 이미 증명되긴 했지만요."

작은 웃음이 객석을 넘실거렸다.

"배틀원 대회를 계속 지켜봤는데, 글라슈트,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이럴 줄 알았다면, 저도 가수가 아니라 '격투 사이보그'로 만들어달라고 할 걸 그랬어요!"

큰 웃음이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다음 곡은 사이먼 니힐의 2034년 곡 '오늘처럼 멋진 날에', 들려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로봇격투대회의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그녀는 예뻤지만 말도 잘 했다. 노래는 더욱 훌륭했다. <보노보> PD들과 제작진들은 이번 축하공연도 <보노보>를 통해 생중계 하느라, 배틀원 때처럼 분주해 보였다.

뒤이어 로봇 현악 사중주단 '메카노 포'와 자연인 테너 피터 폴 스와르츠이 흥겨운 음악과 노래를 선사했다. 그리고 등장한 가수는 영국 가수 코니 탈보. 2007년 영국 TV 쇼 "Britains Got Talent"에서 아마츄어 오페라가수 폴 포츠와 결승전까지 경쟁한 여섯 살 꼬마 코니 탈보는 그 후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해 현재 존경받는 중견가수가 됐다. 그가 선사한 노래는 추억의 명곡 'Over the Rainbow'와 그의 히트곡 'Keep your love for me.' 코니가 감미로운 노래를 선사할 무렵, 축하공연의 분위기는 거의 최고조에 달했다.

마지막 가수가 등장할 차례. 갑자기 무대에 조명이 꺼지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객석 위에서 긴 줄을 타고 가수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김장훈. 축하 무대가 취소된 지난 시상식장에서 '올해 안에 반드시 글라슈트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던 그가 축하공연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사이보그 가수답게 그의 엄지에는 마이크가 장착되었고, 그의 손동작, 움직임 하나 하나에 따라 무대 조명이 바뀌고 로봇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달라졌다. 김장훈의 움직임에 맞춰 의자도 들썩이며 객석과 무대가 하나되는, 그야말로 '유비쿼터스 퍼포먼스'였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그의 발차기와 함께 터진 축하 폭죽이었다. 역시 그의 발차기는 멋졌다. 연이은 '인터렉티브 듀엣.' 김장훈이 잠시 화면 속으로 들어가 화면 속 가수 한은정과 듀엣으로 노래를 하다가 다시 화면 밖으로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그의 바람대로, 글라슈트와 함께 했더라면 더 좋은 공연이 됐을 것이다.

쿵!

갑자기 2층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리면서 1층 천장을 크게 울렸다. 공연 중이었지만 모든 관객이 충분히 들을 만한 울림이었다. 글라슈트가 점프를 했다가 착지하는 소리였다. 갑자기 공연이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장을 향했다. 김장훈의 바람대로, 글라슈트가 '김장훈의 공연'에 함께 한 꼴이 됐다.

동아일보 인기 연재소설 '눈먼시계공'의 비밀을 밝혀라!

2049년 여름 서울특별시 한복판에서 로봇격투대회와 함께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다룬 소설 '눈먼시계공'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 소설의 제목은 왜 '눈먼시계공'일까요? SF소설은 '현재를 위한 상상력 우화'! 동아일보가 여러분의 발칙한 상상력을 기다립니다.

살인을 저지른 후 뇌만 쏙 꺼내 가는 소설 속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죽은 자의 뇌를 분석하여 전전두엽에 저장된 단기기억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대뇌수사팀, 과연 그들은 범인의 실체를 벗겨낼 수 있을까요? '눈먼시계공'의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소설 제목이 '눈먼시계공'인지 여러분의 논리적인 추리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원고지 10장의 간단한 에세이로 보내주세요.

'눈먼시계공'의 저자 김탁환, 정재승 선생이 직접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을 읽고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합니다. 범인을 정확히 맞히고 '눈먼시계공'의 의미를 제대로 짚은 분께 최우수상의 영예가 돌아가겠지만, 설령 저자들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근사한 과학적 추리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주신 분들께 우수상의 영광을 드립니다.

▽원고 마감=2009년 8월 21일 금요일 밤 12시까지

▽원고 제출 방법=ㅱ글(HWP)파일로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으 로 작성하신 후 glashutte49@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실 때 반드시 이름, 주소, 휴대전화 번호, e메일 주소 등 도 함께 적어 보내주세요.

▽수상자 발표=2009년 9월 30일 수요일(연재 마지막날) 동아일 보 지면을 통해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최우수상(1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디자인 특별판(10권)

△우수상(10명): 김탁환의 '열하광인 상, 하' (5명)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 1, 2'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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