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이 문제인가, ‘인권業’이 문제인가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좌파단체들이 최근 임명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무자격자’로 낙인찍어 한국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국이 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성에 안 찼던지 아시아 국가 인권운동가들의 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AHRC)를 통해 ICC 의장에게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A에서 B로 낮추도록 요청했다. 좌파단체들은 인권위원장이 자기들 편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누워서 침 뱉기로 국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AHRC는 제니퍼 린치 ICC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권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시민, 사회, 인권 단체들과 함께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인권과 무관한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원장을 임명할 때 법에도 없는 공론화 과정을 요구하는 것부터 억지에 가깝다. ‘인권과 무관한 인사’라는 것도 좌파단체들의 일방적인 시각이다. 인권위원장의 적격성(適格性)에 대한 견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국제기구까지 끌어들여 자해(自害)에 가까운 악선전을 하는 것은 국가 체면을 손상시키는 행위다.

AHRC는 “한국 정부가 인권위 조직을 강제 축소하는 등 조직의 독립성조차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과다 인력을 줄이거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이를 곧바로 독립성 문제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이며 실적을 보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인권위의 구조조정을 인권의 후퇴로 보는 시각은 좌파 인권업(業)의 자리가 줄어든 데 따른 불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시대의 인권개념은 달라져야 한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이나 특정 단체, 세력 등에 의한 말 없는 다수의 인권침해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다. 범죄자의 인권을 무시할 수 없지만 범죄 피해자의 인권도 중시해야 한다. 상습 시위꾼들에게도 인권이 있지만 불법 폭력시위로 불편과 손해를 겪는 시민의 생활권도 중요하다.

인권위가 바로 서려면 인적 쇄신과 함께 업무의 혁신이 필요하다. 인권위는 ‘아리랑’ 공연에 노예처럼 동원되는 북한 청소년들의 인권 참상에 대해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인권에 대한 균형 감각의 회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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