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응하는 게 살길이다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미국은 27일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구체적 조치들을 취한다면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은 24일 “우리는 언제든 (미국과의 대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데 이어, 27일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 방식은 따로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북-미 양자 대화를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북이 2차 핵실험 이후 지속해 오던 도발적 언행을 멈추고 대화를 제의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시점과 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중국 전략·경제 대화’ 직전에 대화를 제의했다. 그것도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 양자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서 실질적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미국을 붙잡고 중국을 흔들어 당장의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모면해 보려는 속셈이다.

북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서 고비를 맞을 때마다 미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실리를 취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면서도 핵 개발 야욕은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거부는 더는 북한의 얕은 술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정부는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과,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워싱턴에서는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한 압박을 주장하는 강경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의지도 확고하다. 북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살길은 6자회담에 복귀해 핵을 깨끗이 포기하는 대가로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뿐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로 갈 경우 미북 관계 정상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대북 에너지 및 경제 지원 등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제의한 바 있다. 한국 정부와의 공감대 위에서 나온 것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27일 미중 전략·경제 대화 개막 연설에서 “미국은 북의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언제까지 북의 후견인 노릇을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북이 진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바란다면 미국과의 양자 회담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부터 풀어가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진정성을 바탕으로 6자회담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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