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건]한국, 받았던 도움 이젠 빈국에 돌려줘야

입력 2009-07-29 02:59수정 2009-09-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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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71년에 로타리클럽 회원이 됐습니다. 사업과 로타리 활동을 병행하면서 바쁘게 지내던 저에게 가장 충격을 준 일이 아프리카 방문 때 있었습니다. 현지인의 안내로 방문했던 집에는 앙상하게 여윈 여인이 누워 있었습니다. 여인의 늘어진 젖을 역시 앙상한 어린아이가 빨고 있었습니다. 파리 떼가 잉잉거리며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충격적인 모습에 저는 손을 안주머니에 집어넣어 지갑을 찾았습니다. 안내인이 저를 만류하며 말했습니다. “여기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그때 전 세계에는 하루 3만여 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깨끗한 물이 없어서, 식량이 없어서, 모기장이 없어서, 간단한 의약품이 없어서 죽어갔습니다. 1000원짜리 링거 1병이면 살릴 수 있는 어린이가 죽어갔습니다. 단돈 1000원이 없어서 어린이가 죽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어린이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06년 12월, 국제로타리클럽 회장에 내정되면서 저는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줄이기를 역점 사업으로 펼칠 것을 결심했습니다.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해 9월 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 모인 1만여 명의 한국 회원은 5억 원을 모금했습니다. 여기에다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한 5억 원을 합쳐 모두 10억 원으로 올해 4월 14일, 아프리카 탄자니아 프와니 지역에서 툼비-로타리 모자보건병원을 기공했습니다.

저는 역대 로타리 회장이 찾지 않았던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대개 제3세계의 오지입니다. 그렇게 다닌 곳이 61개국 132개 지역에 이릅니다. 저는 세계의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펴는 로타리클럽 회원을 만났습니다. 자기의 이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에 몸을 바치는 뜨거운 인류애를 확인했습니다. 국제로타리의 표어인 ‘초아(超我)의 봉사(Service above Self)’ 정신을 절절히 체험했습니다.

국제로타리클럽이 거둔 성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소아마비 박멸입니다. 이 운동을 펼치던 1985년 세계 125개국에서 창궐하던 소아마비는 이제 인도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4개국에만 남아 있습니다. 99%가 정복된 소아마비를 박멸하기 위해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 공동위원장이 국제로타리클럽에 3억5500만 달러를 기부한 사례는 로타리의 이타적 봉사정신에 대한 전적인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영국 독일 일본 대만 정부는 국제로타리클럽에 소아마비 박멸 기금을 기부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에 기여한 바가 없습니다. 전 국토가 초토화된 6·25전쟁 때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반세기 만에 경제 규모 세계 13위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소아마비가 박멸된 데는 국제로타리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옷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사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는 재력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기여하려는 정신이 약한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나중에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나중은 없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905년 미국 시카고의 청년 변호사 폴 해리스가 시작한 로타리 운동이 오늘날 세계 200여 개국, 123만 명의 회원으로 번져간 것은 20세기의 기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인류의 가장 숭고한 행위인 ‘나를 넘어서는 봉사’를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국제로타리클럽 회장으로서의 제 임기는 끝났습니다. 관례에 따라 앞으로 로타리재단에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저의 봉사 활동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저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이동건 국제로타리클럽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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