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기회복 조짐 있다고 구조조정 손놓으면 안 된다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한국은행에 따르면 5, 6월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한다. 금융위기로 인해 우량 중소기업이 억울하게 피해를 볼 우려는 크게 줄었다. 그렇다면 이젠 경쟁력을 잃었는데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좀비기업’들을 정리할 시점이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의 연구결과 3년 연속 금융이자만큼도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한 좀비기업의 비율이 14.8%에 이른다. 이런 기업은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없거나 영업외 이익을 내지 못하면 부도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들을 세금으로 살려주면 생산성이 떨어져 장기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 1980년대 멕시코와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은 좀비기업을 관대하게 살려준 탓이 컸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긴급자금 수요가 사라지고 있어 한계기업과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은행권은 작년 10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지원 계획에 따라 올해 5월까지 15조3000억 원을 대출지원(만기연장 포함)했다. 신용보증기관의 대출보증서도 32조7000억 원어치나 발행됐다. 지원을 받은 기업 중 일부는 단기폐업이나 연체 등 도덕적 해이를 보여 옥석(玉石)을 가릴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 진단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7개 주요 외국투자은행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 평균 ―4.0%에서 이달에 ―2.5%로 상향됐고 ―1%대 전망까지 나왔다. 국내 19개 업종단체의 74%는 연말까지 경기가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에 힘입은 덕택이지 민간의 자생적인 성장세가 복원됐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 수출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선진국 경기회복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경기회복 조짐이 있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생략한 채 느긋하게 살아갈 수 없는 이유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중소기업 지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며 구조조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은행들은 예고한 대로 영업실적과 현금 흐름이 나쁜 중소기업 가운데서 퇴출 대상을 7월 중 확정해 차질 없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도 금융위기나 해외 요인을 핑계 삼아 정부에 무한정 손을 벌릴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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